[연속기획 글로벌 식량 공급망] ⑦ 식량에 미치는 러시아의 영향력

세계적인 식량 공급망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왔다. 국토 면적이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로서 광대한 경작지와 다양한 농업 활동에 적합한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전략적 투자와 함께, 러시아는 세계 식량 시장의 주요 국가로 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세계 식량 공급망에 대한 영향력은 중대한 기로에 놓인 모양새다.

과연 글로벌 식량 공급망에 있어 러시아의 역할과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변화할지, 지금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농업 잠재력

러시아의 광대한 영토는 농업 생산에 적합한 넓은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1년 러시아의 곡물 총생산량은 1억 2140만 톤에 달했다. 러시아에서 재배되는 주요 작물은 밀, 보리, 옥수수, 해바라기, 감자, 사탕무이며, 러시아는 이러한 상품들의 세계적인 주요 생산국이다.

러시아는 주로 흑해를 통해 밀과 보리의 세계 공급의 1/3을, 옥수수는 1/5을 수출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7년부터 세계 최대 밀 수출국으로 등극했고 2021년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21년 러시아의 세계 곡물시장의 점유율은 4.3%이고, 밀은 EU, 중국, 인도 다음으로 4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수출 시장

러시아 정부는 농업 부문의 발전에 필수적인 역할을 해왔다. 2000년대 초부터 정부는 농업 생산과 식량안보를 증대하기 위해 고안된 정책과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다. 이러한 조치에는 농업 관행 및 기술 개선을 위한 연구 개발 투자뿐만 아니라 농업인에 대한 보조금, 세금 인센티브 및 저금리 대출이 포함됐다.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는 농산물 수출 쪽으로 초점을 옮겼다. 세계 인구가 증가하고 소비 패턴이 변화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의 밀 생산 경쟁 우위는 미국과 유럽연합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이 되었다. 게다가, 러시아는 또한 보리와 옥수수와 같은 다른 작물의 수출을 늘렸고 고기와 유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2021년 러시아 밀 수출액은 88억 7000만 달러, 수출량은 3291만 톤에 달했다. 2021년 기준 러시아는 약 90개 국으로 수출한 것으로 파악되며, 주요 수출국은 터키, 이집트이다. 또한 러시아 보리는 전체 곡물 수출액의 10.6%를, 물량 기준으로 11.4%를 차지했다. 이는 밀 수출 다음으로 큰 비중으로, 수출액은 9억 6000만 달러, 수출량은 396만 톤에 달했다.

세계 식량 가격에 미치는 영향

작년 3월 세계식량정책연구소(IFPRI)은 밀, 옥수수, 쌀, 콩 등 4대 곡물에 대해 ‘과도한 수준의 가격 변동성’을 경고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기후변화, 그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전쟁은 세계 식량 공급망을 악화시켜 국제 곡물가격을 폭등시켰다. 이러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의 불안은 전 세계 식량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시아가 주요 농산물 수출국으로 부상한 것은 세계 식량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는 다양한 농산물의 생산과 수출을 늘리면서 세계 식량 가격에 하방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소비자들, 특히 식품이 가계 지출의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유익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러시아 수출품과 경쟁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수도 있는 다른 나라의 농부들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정학적 함의

식량 공급망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지정학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 식량 시장의 핵심 주체가 됨으로써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와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 자원을 넘어 거대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다.

이를 잘 아는 러시아는 주요 식량 공급국으로서 농산물 수출을 수입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외교적 도구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러시아의 역할 확대는 다면적이며 국제 무역, 세계 식량 가격 및 지정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가 기후 변화, 인구 증가, 소비 패턴 변화와 같은 도전들과 계속 씨름함에 따라, 주요 농업 생산자이자 수출자로서의 러시아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세계 식량 시스템에 어떤 영도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