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제가 미국의 보복 관세 여파로 성장세 둔화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이 지난 8일부터 말레이시아 수출품에 19%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1.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통상·산업부 텡쿠 자프룰 아지즈 장관은 최근 국회 서면 답변에서 “예비 분석 결과, 2025년 GDP 성장률은 0.61.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55.5%에서 4.0~4.8%로 하향 조정했다. 자프룰 장관은 “관세 효과가 1년 내내 반영되는 2026년에는 성장세가 2025년보다 더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수재 물가 불안 가능성
국회의원 리처드 라푸가 물은 바와 같이, 관세 여파는 교통·에너지·식품 등 주요 필수 부문에서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자프룰 장관은 “아직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산업 생산 비용과 소비자 가격 모두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관세로 인한 수출 위축은 곧 고용·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소비 둔화로 연결돼 내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충격 완화를 위해 산업 개혁과 지원책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신산업마스터플랜 2030, 녹색투자전략, 국가반도체전략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을 촉진하고, 18개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해 시장 다변화를 추진한다.
특히 중소기업에는 5억 링깃 규모의 저리 금융을 지원하고, 국영기업 개혁 프로그램(2,500억 링깃 규모)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자프룰 장관은 “정부는 국민 복지를 해치지 않고 관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필수재 접근성 보장은 정책 결정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예외’ 유지 여부 관건
이번 관세에서 반도체 제품은 제외됐지만, 자프룰 장관은 “미국이 검토 과정에서 언제든 반도체 산업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반도체 산업은 수출의 핵심 축으로, 만약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와 미국은 상호 합의된 약속을 담은 공동 성명 발표를 협의 중이다. 외교적 대화 창구를 열어둔 점은 긍정적이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동남아 제조업 기지가 받는 압박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기적 충격으로만 보지 않는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말레이시아 경제 구조가 갖는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경기 대응책을 넘어 산업 고도화와 내수 기반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장기 성장 잠재력이 크게 제약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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