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채널

시리아, 14년 만에 첫 원유 수출…'경제 회복과 국제 재진입 신호탄'

박문선 2025-09-02 13:48:30

시리아, 14년 만에 첫 원유 수출…'경제 회복과 국제 재진입 신호탄'
사진: 원유 유조선 니소스 크리스티아나호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에서 원유를 수송하는 첫 번째 선박으로, 2025년 9월 1일 시리아 타르투스 항구에 정박해 있다

시리아가 내전과 제재의 긴 그림자를 딛고 14년 만에 원유 수출을 재개했다. 시리아 정부는 월요일(9월 1일) 타르투스 항구에서 중질원유 60만 배럴을 수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내전 발발 이후 공식적으로 집계된 첫 수출 사례로, 국제 사회에 시리아의 경제 회복 의지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내전 전후 대비 — 38만 배럴에서 붕괴까지

시리아는 내전 발발 직전인 2010년 하루 38만 배럴의 원유를 해외로 수출하는 산유국이었다. 그러나 2011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맞선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확산되면서 생산과 수출 기반이 붕괴했다. 유전은 여러 세력의 손을 거치며 파괴와 약탈을 겪었고, 국제 사회의 제재는 합법적 교역을 차단했다. 그 결과 시리아 에너지 산업은 사실상 고사 상태에 놓였다.

작년 12월 아사드가 축출된 뒤 들어선 새 정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경제를 다시 일으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에너지 산업 회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 수출 주체 — B 서브 에너지와 BB 에너지 연계

시리아 에너지부의 석유·가스 담당 부국장 리야드 알주바시는 이번 원유가 글로벌 석유 거래사 BB 에너지와 연계된 B 서브 에너지(B Serve Energy)에 매각됐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성명을 통해 수출 물량이 유조선 **‘니소스 크리스티아나(Nissos Christiana)’**에 선적돼 출항했다고 전했다.

다만 어느 유전에서 채굴된 원유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시리아 내 주요 매장지는 북동부 쿠르드족 주도 당국이 점유하고 있는 지역에 몰려 있어, 실제 공급 경로를 둘러싼 긴장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 정부와 쿠르드 당국의 미묘한 관계

쿠르드 자치 당국은 지난 2월부터 다마스쿠스 중앙 정부에 석유 공급을 재개했으나, 소수민족 권리와 포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관계가 악화됐다. 내전 중 유전 통제권이 수차례 바뀐 만큼, 새 정부가 에너지 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수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제재 완화와 국제 협력의 확산

시리아는 알 아사드 정권 하에서 러시아 국영 기업이 운영하던 타르투스 항만 계약을 취소하고, 두바이 기반의 DP World와 8억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해당 MOU는 다목적 터미널 개발·운영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원유 수출의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또한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해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후 미국 기업들은 시리아의 석유·가스 탐사 및 추출을 지원하는 에너지 마스터플랜 개발에 착수했고, 이는 외국 자본 유입의 신호탄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첫 수출이 상징적 의미는 크지만, 안정적인 수출 체계와 생산 기반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프라 재건, 유전 관리 체계 정비, 소수민족과의 권력 조율, 국제 투자 환경 조성이 병행돼야만 내전 이전의 수출 규모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Copyright ⓒ 국제통상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