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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무역 FOCUS] 싱가포르 수출, 2025년 정부 전망 상회…“2026년은 관세·AI 둔화 변수”

이한재 2025-12-18 02:27:29

제약·반도체 호조에 2025년 수출 전망 상향
미국 관세 영향은 제한적…연중 단계적 도입 효과
AI 투자 둔화·관세 시차로 2026년 성장세 완만
ASEAN 경유 재수출 탄력, 싱가포르 허브 지위 부각
[기획-무역 FOCUS] 싱가포르 수출, 2025년 정부 전망 상회…“2026년은 관세·AI 둔화 변수”
HMM

미국의 관세 정책과 인공지능(AI) 중심의 기술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의 2025년 핵심 수출 실적이 정부 전망을 웃돌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관세 영향의 시차 반영과 글로벌 기술 사이클 둔화로 2026년에는 증가세가 완만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엔터프라이즈 싱가포르(Enterprise Singapore)에 따르면, 2025년 1~11월 싱가포르의 비석유 국내수출(NODX)은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11월 한 달간 NODX는 11.6% 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6.8%)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전월(수정치 기준 21.7%)보다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제약·전자제품이 수출 반등 견인

11월 수출 호조는 변동성이 큰 제약 제품과 반도체·개인용 컴퓨터(PC) 등 전자제품이 주도했다.

전자제품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1% 증가했으며, 이 중 집적회로(반도체)는 22.9%, PC 수출은 48% 급증했다. 인쇄회로기판(PCB) 수출도 26.8% 늘었다.

비전자 부문 역시 11.1% 증가했다. 제약 수출은 무려 369.8% 급증했으며, 펌프(361.2%), 비전기 엔진·모터(123.2%) 등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기획-무역 FOCUS] 싱가포르 수출, 2025년 정부 전망 상회…“2026년은 관세·AI 둔화 변수”
싱가포르 주요 산업별 수출 증가율(2025년 11월, 전년 대비)

“미국 관세, 우려보다 완만…2025년 수출 방어”

DBS은행의 추아 한 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 싱가포르 수출은 당초 우려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며 “미국 관세가 연중 단계적으로 도입됐고, 예상보다 전면적·강경하지 않았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엔터프라이즈 싱가포르는 최근 2025년 연간 NODX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약 2.5%로 좁혔다. 다만 2026년에는 관세 효과가 본격화되고 선출하(front-loading) 효과가 약화되면서 증가율이 0~2%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무역 FOCUS] 싱가포르 수출, 2025년 정부 전망 상회…“2026년은 관세·AI 둔화 변수”
싱가포르 비석유 국내수출(NODX) 성장 추이(2025~2026년)

2026년 변수는 ‘관세·AI 투자 둔화’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쉬아나 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주도의 전자 경기 상승세가 2025년 정점을 찍은 뒤 2026년에는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전력·네트워크 제약과 함께, 대형 클라우드 기업(하이퍼스케일러)이 현금 중심 투자에서 부채 조달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재수출(re-export)의 회복력이 이를 일부 상쇄해 2026년 수출 물량은 약 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갈등 속 ASEAN 경유 무역 확대 기대

중국의 수출 확대 전략과 역내 공급망 통합 심화는 싱가포르에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됐다.

쉬아나 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글로벌 시장 간 마찰이 커질수록 아시아, 특히 ASEAN을 경유하는 물동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싱가포르의 재수출 허브 지위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말했다.

실제 11월 미국향 수출은 전년 대비 106% 급증하며, 전월의 감소(-12.5%)에서 급반등했다. 제약, 선박·보트 구조물, PC 수출이 증가를 주도했다.

[기획-무역 FOCUS] 싱가포르 수출, 2025년 정부 전망 상회…“2026년은 관세·AI 둔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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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불확실성 완화…2026년에도 수출 탄탄”

메이뱅크의 추아 학 빈 애널리스트는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면서 2026년에도 싱가포르의 수출과 재수출 물량은 견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상호관세가 8월 초 도입된 이후 선출하에 따른 반작용(payback)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며 “반도체와 브랜드 의약품에 대한 추가 조치도 구체적인 일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메이뱅크는 2026년 싱가포르 NODX 증가율을 약 5%로 예상하며, 이는 정부 공식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AI 설비 투자 지속, 글로벌 통화 완화 기조, 확장적 재정정책이 내년 글로벌 교역을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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