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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메르코스코프] 브라질, 美 수출 급감에도 中·아르헨 시장이 버팀목

이찬건 2025-09-16 11:49:49

대미 수출 18.5% 급감…관세 충격 본격화
중국·아르헨 수출 급증, 전체 무역 흑자 견인
쇠고기·콩은 판로 확대, 제조업 수출은 난관
무역 다변화로 충격 완화…2025년 흑자 전망
[기획-메르코스코프] 브라질, 美 수출 급감에도 中·아르헨 시장이 버팀목
하파크로이트

브라질이 미국의 고율 관세 여파로 대미 수출이 급감했음에도, 중국과 아르헨티나 시장에서 수출 증가세를 기록하며 전체 무역 흐름을 지켜냈다.

브라질 개발산업통상서비스부(MDIC)에 따르면 8월 브라질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8.5% 감소한 27억 6,200만 달러에 그쳤다. 미국은 7월 브라질산 철강·쇠고기·공산품 등에 추가로 40% 관세를 부과하면서 총 세율이 50%까지 올라갔다. 항공기, 오렌지 주스, 철광석, 에너지, 비료 등 일부 품목은 예외로 뒀지만 충격은 컸다.

중국·아르헨 수출 급증, 전체 무역 흑자 유지

반면 중국 수출은 31% 급증해 94억 9,400만 달러, 아르헨티나 수출은 40.4% 늘어 16억 4,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덕분에 브라질의 8월 전체 수출액은 298억 6,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월 무역수지는 61억 3,300만 달러 흑자를 달성하며 대외 충격에도 회복력을 입증했다.

특히 중국의 콩 수요가 브라질 수출 호조를 이끌었다. 8월 브라질의 대중국 대두 수출액은 3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억 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현재 브라질산 콩은 중국 수입 물량의 67%를 차지하며, 미국산(22%)을 압도하고 있다. 이는 미·중 갈등 속 중국이 농산물 수입선을 다변화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기획-메르코스코프] 브라질, 美 수출 급감에도 中·아르헨 시장이 버팀목
미국, 중국, 아르헨티나 주요 교역국별 수출액 비교 (억 달러 기준)

아르헨 경제 회복, 브라질 수출 기회로

아르헨티나 역시 수입 여력이 확대됐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 후 강력한 개혁을 단행하면서 월간 인플레이션이 2023년 12월 25.5%에서 2025년 7월 1.9%로 급락했다. 올해 1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5.8% 성장하며 브라질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브라질은 콩 외에도 쇠고기 수출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멕시코, 러시아, 칠레, 중국으로 판로를 넓히며 미국 의존도를 줄였다. 8월에는 멕시코가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 쇠고기 수출 2위 시장으로 올라섰고, 러시아의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도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획-메르코스코프] 브라질, 美 수출 급감에도 中·아르헨 시장이 버팀목
중국 대두 수입에서 브라질, 미국, 기타 국가의 점유율 비중

제조업 수출은 난관…무역 다변화 과제 남아

다만 철강·항공기·기계·설비 등 제조업 수출은 대체 시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까다로운 기술 요건과 미국 바이어와의 장기적 관계 때문에 단기간 내 전환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로 향후 1년간 브라질 수출이 최대 130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타우은행은 브라질이 주요 원자재 수출을 다른 시장으로 전환하면서 실제 감소폭은 70억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MDIC는 2025년 브라질의 무역수지가 650억 달러 흑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746억 달러보다 줄어들겠지만, 이는 관세 충격보다는 국내 경기 확장으로 인한 수입 증가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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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지리적 다변화, 장기적 회복력 높여”

8월 기준 중국과 아르헨티나가 브라질 전체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흡수한 것은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험이 특정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해 향후 무역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높일 것이라고 평가한다.

결국 무역 정책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다. 수출길이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경로가 열리면서 글로벌 경제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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