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글로벌푸드체인] 태국, ‘저탄소 쌀’로 농업 전환 가속…탄소배출 감축·수출 경쟁력 동시 확보
이한재2026-03-07 22:26:27
인도·베트남과 가격 경쟁 심화 압박
물 관리 전환으로 메탄 배출 감축
탄소라벨·탄소크레딧 시장 확대
홍콩·싱가포르 프리미엄 시장 확대
IRRI
태국이 기후 대응과 농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겨냥한 ‘저탄소 쌀(Low-Carbon Rice)’ 생산 모델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부 평야 지역 농가를 중심으로 메탄 배출을 줄이는 재배 방식이 확산되면서 농가 수익 개선과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현재 태국 쌀 산업은 가격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압박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일반 백미 시장에서는 생산 비용이 낮은 인도와 베트남의 공세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반면 태국의 대표 품종인 재스민 쌀(홈말리 105, RD15)은 여전히 프리미엄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생산 구조 자체는 여전히 높은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태국 중부 평야 지역은 관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비계절 품종을 활용해 연간 최대 세 번까지 벼 재배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료·농약·물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생산비가 상승하고 국제 가격 변동에 농가가 쉽게 흔들리는 구조가 형성됐다.
저탄소 벼 재배 도입에 따른 메탄 감축·수확량·생산비 변화 추세
생산 확대 중심 농업에서 저탄소 농업으로 전환
태국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기후변화 대응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농업 부문의 탄소 감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태국은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환산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0만 톤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농업 부문이 200만 톤 감축을 담당하며, 벼 재배에서만 100만 톤을 줄여야 한다.
논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미생물 분해가 이루어지면서 메탄을 배출하는 주요 농업 배출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태국 쌀국(Rice Department)은 유기농 쌀, 기후 스마트 농업(Climate-Smart Agriculture), 저탄소 쌀 생산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가는 쌀 판매뿐 아니라 탄소크레딧 판매를 통해 추가 수익도 얻을 수 있다.
물 관리 방식 전환으로 메탄 배출 감소
저탄소 쌀 생산의 핵심 기술은 ‘간단관개 방식(Alternate Wetting and Drying, AWD)’이다.
이 방식은 논을 항상 물로 채우는 대신 토양이 일정 수준까지 마르도록 한 뒤 다시 물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일반적으로 두 차례 이상의 건조·관수 사이클을 반복한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재배 한 사이클당 논 1라이(rai) 기준 약 0.5~1톤의 메탄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벼의 뿌리 발달을 촉진해 병해충 발생을 줄이고 물 펌핑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도 낮출 수 있다.
태국 쌀국은 수십 년간 해당 기술을 시험하면서 메탄 감축 효과를 정량화했으며 비료 사용 감축이나 볏짚 소각 금지 등 추가 감축 방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태국·베트남·인도 등 주요 쌀 수출국 경쟁 구조
탄소라벨 인증으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
저탄소 쌀 생산은 탄소시장과도 연결된다. 농가는 태국 온실가스관리기구(TGO)에 등록해 탄소배출 감축량을 인증받으면 탄소크레딧을 판매할 수 있다.
또는 쌀 제품에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라벨을 부착해 친환경 제품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
현재 중부 평야의 ‘카오 차오나 루암자이(Khao Chaona Ruamjai)’ 농가 네트워크는 태국 최초로 탄소라벨 인증을 받은 농민 단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방콕 클롱삼와 지역에서 시작된 공동 생산 프로젝트로 현재 파툼타니 지역 4개 공동 쌀센터, 99명의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약 2,482라이의 농지를 관리하고 있다.
모든 농가는 GAP(우수농업관리) 인증을 획득했고, 도정 시설은 GMP 기준을 충족했으며 HACCP와 태국 Q마크 인증도 추진 중이다.
수출 시장 확대…저탄소 쌀 100만 라이 목표
이 농가 네트워크는 ‘저탄소 고품질 쌀 생산·가공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공급망 전반의 탄소 배출 데이터를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제품이 탄소라벨 인증을 받았다.
인증 제품에는 RD43 쌀(1kg·5kg), RD91 쌀(1kg), RD91 종자(25kg)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인증은 유럽연합(EU) 등 환경 기준이 엄격한 시장 진출의 핵심 조건으로 평가된다.
현재 저탄소 쌀은 홍콩 백화점에 이미 수출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호주 등 고급 시장에서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중부·서부·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저탄소 쌀 재배 면적을 100만 라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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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스마트 농업 결합…농가 수익 개선
파툼타니 지역 농민 솜쿠안 판투언 씨는 3년 전부터 간단관개 방식을 도입해 수확량을 크게 늘렸다.
기존에는 한 번 수확에 최대 0.8톤 정도였지만 현재는 1.1~1.2톤까지 생산이 증가했다.
레이저 기반 토지 평탄화, 드론 파종 및 비료 살포, 스마트 수위 센서 등 디지털 농업 기술을 활용하면서 물 사용량과 화학물질 사용량도 크게 줄였다.
또한 볏짚 소각을 중단하고 토양에 다시 환원해 토양 비옥도를 높이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당뇨 환자와 건강식 시장을 겨냥한 RD43과 RD97 품종을 재배하고 있으며 자체 도정을 통해 톤당 최대 1만2000바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일반 벼 가격이 톤당 약 6500바트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저탄소 쌀 생산 모델이 단순한 친환경 농업을 넘어 기후 대응, 농가 소득 확대, 수출 경쟁력 강화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 성장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