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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호르무즈 해협 통항 90% 급감…글로벌 해상 물류, 아프리카 우회

이한재 2026-03-07 22:20:47

호르무즈 통항 선박 90% 급감…에너지 수송 마비
글로벌 해운사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 선택
원유·LNG 수송 차질…산유국 생산 중단 가능성
아시아·유럽 LNG 확보 경쟁 심화 전망
[심층-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호르무즈 해협 통항 90% 급감…글로벌 해상 물류, 아프리카 우회
CMA CGM

중동 지역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서 세계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 선박 운항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위험 회피를 위해 항로를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등 국제 물류망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해상 데이터 분석업체 윈드워드(Windward)에 따르면 지난 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단 4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전 7일 평균 대비 약 90% 감소한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통상 하루 평균 약 138척의 선박이 통과하는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 통로다. 그러나 최근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선박 운항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들어갔다.

호르무즈 통항 급감…에너지 수송 마비

이번 사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촉발됐다. 영국 해군 산하 해상무역작전센터(UKMTO)는 해당 해역의 보안 위험 수준을 ‘치명적(critical)’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 조치 이후 보험사들은 해당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전쟁 보험 보장을 즉각 중단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걸프 항로 운항을 사실상 중단하고 대체 항로를 모색하고 있다.

해운 데이터 플랫폼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원유 운반선 역시 공격 이전 대비 약 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호르무즈 해협 통항 90% 급감…글로벌 해상 물류, 아프리카 우회
주요 산유국별 호르무즈 통과 원유·정제제품 수출 규모

글로벌 해운사,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대형 글로벌 해운사들도 잇따라 중동 항로 운항을 중단했다.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Hapag-Lloyd), 프랑스의 CMA CGM, 덴마크의 머스크(Maersk) 등 주요 선사들은 걸프 지역을 통과하는 모든 항로를 중단하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로 전환했다.

희망봉 항로를 이용할 경우 기존 수에즈 운하 경로보다 운송 기간이 약 10~20일 늘어나며 물류 비용도 크게 상승한다.

CMA CGM은 걸프 지역에 있거나 해당 지역으로 향하던 모든 선박에 대피 지시를 내렸으며 수에즈 운하 통과 역시 별도 공지 전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머스크 역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수에즈 운하 항로 운항을 중단하고 중동과 인도에서 유럽 및 미국 동부로 향하는 선박을 모두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도록 조정했다.

원유·LNG 수송 차질…에너지 공급 불안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입구에 위치한 전략적 해상 통로로 중동 지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전 세계 시장으로 연결하는 핵심 물류 경로다.

이 해협을 통해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수송되며, 이는 해상으로 이동하는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국가별 소비 규모를 보면 중국이 하루 약 530만 배럴을 소비하며 가장 많고, 인도는 200만 배럴, 일본과 한국은 각각 약 170만 배럴을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측면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약 510만 배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이라크(330만 배럴), 아랍에미리트(UAE·260만 배럴), 이란(170만 배럴), 쿠웨이트(100만 배럴) 등이 뒤를 잇는다.

최근 일부 원유 운반선은 사우디 서부 홍해 연안 얀부(Yanbu) 항구로 항로를 변경하고 있다. 이 항구의 원유 선적량은 3월 들어 하루 244만 배럴까지 증가하며 최근 6개월 평균(65만~94만 배럴)을 크게 웃돌았다.

이라크 역시 탱커 부족 문제로 바스라 지역 루마일라(Rumaila) 유전 단지 생산을 중단했다. 바스라 항구는 평소 하루 약 350만 배럴 처리 능력을 보유하지만 최근에는 원유 선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심층-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호르무즈 해협 통항 90% 급감…글로벌 해상 물류, 아프리카 우회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 급감 (상선 vs 유조선 비교)

LNG 공급 불안…아시아·유럽 경쟁 확대

여기에 에너지 시설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글로벌 LNG 시장 긴장도 커지고 있다.

이란은 사우디 동부 라스 타누라(Ras Tanura) 아람코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고,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라스 라판(Ras Laffan) LNG 시설의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S&P 글로벌의 LNG 시장 분석 책임자인 로스 와이노(Ross Wyeno)는 현재 공급량으로는 카타르와 UAE 생산 중단에 따른 시장 불균형을 보완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심층-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호르무즈 해협 통항 90% 급감…글로벌 해상 물류, 아프리카 우회
CMA CGM

특히 미국산 LNG가 가장 유연한 공급원으로 평가되면서 가격이 높은 아시아 시장으로 물량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유럽으로 향하던 LNG 운반선 한 척이 가격 상승 영향으로 항로를 변경해 아시아로 향한 사례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해상 운송 차질과 에너지 생산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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