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미 상품 수출이 지난 4월 한 달 동안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 조치에 따른 것으로, 영국의 상품 무역수지 적자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영국 국가통계청(ONS)에 따르면, 4월 영국의 미국 수출액은 41억 파운드(약 56억 달러)로, 전월(61억 파운드)보다 20억 파운드(33%) 줄었다. 이는 2022년 2월 이후 최저치이며, 1997년 월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월간 감소 폭이다.
GDP에도 충격… 제조업계 “관세 우려에 출하 앞당겨”
수출 급감은 4월 국내총생산(GDP) 하락폭 확대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경제는 고물가와 성장 둔화 속에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독일도 지난달 대미 수출이 10.5% 감소했다고 발표했으나, 독일 통계는 계절 조정치를 반영한 것이어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영국 상공회의소(BCC)는 4월 수출 급감의 일부 원인이 제조업체들이 3월 중 관세 인상을 우려해 출하 시점을 앞당긴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4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수치다.
윌리엄 베인 BCC 무역정책 책임자는 “미국의 관세가 실질적인 경제적 충격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영국 수출기업 수천 곳이 주문 감소와 함께 공급망, 고객 관리 비용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유일하게 미국과 관세 철폐 합의…발효는 미정
미국은 영국의 단일 국가 기준 최대 수출국이며,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시장이다. 다만 EU 전체를 합치면 수출 비중은 더 크다.
2023년 기준, 영국은 미국에 593억 파운드 상당의 상품을 수출하고, 571억 파운드어치를 수입했다.
미국은 지난 3월 12일 영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4월 초에는 자동차에 27.5%, 기타 상품 전반에 10%의 추가 관세를 적용했다.
영국은 지난달 미국과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철폐하는 데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이는 주요국 가운데 유일한 사례다. 다만 이 합의는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 기타 상품에 대한 10% 관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관세 합의 전 영란은행(BOE)은 이번 조치의 경제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3년간 GDP를 0.3%가량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4월 상품 무역 적자 232억 파운드…예상보다 30억 파운드 커
ONS는 미국 수출 급감의 영향으로 4월 영국의 전 세계 상품 무역 적자가 232억 파운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3월의 199억 파운드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로, 2022년 1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경제학자들의 전망치(약 203억 파운드)보다도 30억 파운드 가까이 웃돌았다.
통계청은 귀금속 무역이 통계에 변동성을 주는 요인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제외한 상품 무역 적자는 216억 파운드로, 2023년 5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서비스 수출(흑자 지속)을 반영한 전체 무역수지 적자도 4월 기준 54억 파운드로 확대됐다. 이 역시 2023년 5월 이후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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