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대미(對美)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 멕시코가 미국으로 수출한 상품은 총 2,644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규모다. 이로써 멕시코는 지난해에 이어 미국 최대 교역국 자리를 지켰다.
미국이 수입하는 전체 물량의 약 15%를 멕시코산 상품이 차지하며, 멕시코 전체 수출의 80% 이상이 미국으로 향할 만큼 두 나라의 교역 연결고리는 매우 깊다. 멕시코 북부의 산업주들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전자제품, 기계류 등이 이러한 수출 증가를 주도한 주력 품목으로 꼽힌다.
사상 최대 수출…하지만 점유율은 하락
수출액이 신기록을 썼지만, 정작 미국 수입시장에서 멕시코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 멕시코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약 15.0%로, 작년 상반기 15.9%에서 떨어졌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로부터 들여오는 수입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캐나다와 중국 등 경쟁국의 약진으로 상대적인 비중이 줄어든 결과다.
실제로 같은 기간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는 여전히 멕시코였지만 격차는 크지 않았다. 캐나다는 미국 무역의 13.0%를 차지해 2위, 중국은 7.9%로 3위를 기록하며 멕시코를 바짝 뒤쫓았다.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입지는 오히려 팽팽한 경쟁 구도로 바뀐 셈이다.
자동차 산업, 관세에 직격탄
특히 자동차 산업은 멕시코 수출의 효자 분야였지만 올해 고전하고 있다.
2025년 들어 5월까지 멕시코에서 생산된 승용차의 해외 수출량은 약 133만 대로, 작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멕시코 자동차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지목된다. 하나는 미국의 신규 관세 부과이다.
미국 정부는 2025년 4월부터 멕시코산 완성차와 일부 부품에 25%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멕시코산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어 대미 수출에 직접 타격을 주었다.
다른 하나는 미주 지역의 자동차 판매 둔화다.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올해 미국 신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는 차량 물량에도 제동이 걸렸다.
니어쇼어링, 협력이자 리스크
이러한 공식 통계 수치들은 수출량이 늘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단일 품목이나 특정 시장에 집중된 수출 구조에서는 총액이 증가해도 한 분야의 부진이 전체 무역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멕시코와 미국은 공급망으로 긴밀히 연결된 이웃 경제다.
두 나라의 공장은 국경을 넘나드는 부품과 제품들로 서로 얽혀 있어, 무역 규칙 변화나 수요 변동이 발생하면 양국의 일자리와 투자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미국 기업들은 아시아 등지의 생산시설을 멕시코로 이전하는 이른바 ‘니어쇼어링(nearshoring)’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멕시코 제조업을 활성화하며 대미 수출 증가와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실제로 2023년 멕시코는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올라섰고, 멕시코 내 신규 공장에 대한 해외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미국 시장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로 관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이점이 부각되며, 미국과 멕시코 간 제조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
성장 이면의 구조적 취약성
그러나 이러한 밀착된 협력관계의 이면에는 위험도 상존한다. 서로 얽힌 만큼 정책 변화나 경기 흐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관세율을 조정하거나 무역협정 조건을 바꾸면 멕시코 수출산업은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다.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진출하려는 전략이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앞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8~2019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7년 21.6%에서 2024년 13.2%로 급락했고, 같은 기간 멕시코의 점유율은 13.4%에서 15.8%로 상승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하나로 글로벌 교역 지형이 어떻게 요동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멕시코 입장에서도 대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는 미국 경기 둔화나 수요 축소 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한쪽의 변화에 민감한 구조인 만큼, 기업들은 정책 리스크와 경기변동에 대비한 전략 수립이 필수가 되고 있다.
멕시코의 이번 수출 신기록 달성은 표면적으로는 고무적인 성과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무역 경쟁 심화와 취약한 부문들에 대한 경고음이 함께 울리고 있다. 성장률 수치만으로는 알 수 없는 함정이 존재하는 셈이다.
글로벌 무역의 민첩성 시험대
단기간의 호조 뒤에는 더 치열해진 경쟁, 업황 변동성, 특정 시장 의존에 따른 위험 등이 가려져 있을 수 있다.
최신 무역 데이터는 이러한 통찰을 뒷받침하며, 국제 무대에서 판도가 얼마나 빠르게 바뀔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멕시코의 수출 증대는 분명 반가운 성과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치열한 레이스 한가운데서 얻은 일시적인 1위에 불과할지 모른다.
숫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멕시코나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무역 환경 자체가 이제는 한 순간의 정책 변화나 시장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민첩한 대응과 지속적인 적응을 요구하는 시대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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