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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7월 수출 4.6% 감소…미국 관세 여파로 성장 둔화 우려

박문선 2025-08-20 13:13:13

싱가포르, 7월 수출 4.6% 감소…미국 관세 여파로 성장 둔화 우려
사진: 싱가포르 브라니 컨테이너 터미널 전경

싱가포르의 수출이 7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4.6% 줄어들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싱가포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석유 국내 수출(NODX)은 특히 제약 부문에서의 부진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전체 감소세를 견인했다. 

이는 글로벌 제약 공급망의 불안정,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의 수요 위축, 그리고 미국의 관세 조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하락 폭은 로이터 통신이 예측한 연간 수축률 1.8%보다 크게 악화된 수치다. 앞서 6월 수출은 12.9% 증가로 수정되며 잠시 반등세를 보였으나, 7월 들어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는 싱가포르 경제가 단기 반등과 중장기 불확실성 사이에서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로의 수출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특히 미국은 고율 관세 정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중국 역시 내수 둔화와 제조업 위축으로 수입 수요가 감소했다. 

반면 EU, 대만, 한국, 홍콩으로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일부 대체 시장을 통해 감소분을 일정 부분 보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는 올해 상반기에 예상보다 나은 경제 성과를 기록하면서 지난주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0~2.0%에서 1.5~2.5%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 경제 구조상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평가다.

싱가포르 무역기업들도 올해 비석유 수출 증가율을 1~3%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낙관적인 상반기 실적을 반영한 수치일 뿐, 하반기에는 관세 부담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가시화될 경우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워싱턴으로부터 10%의 기준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생산 및 수출 비용 압박을 크게 체감하고 있으며, 경쟁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로서는 관세 부담이 외국인 투자 심리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렌스 웡 총리는 국경일 기념 연설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언제 인상할지, 또 인상 폭이 어느 정도일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며 “제약이나 반도체와 같은 특정 전략 산업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확실한 것은 세계적으로 무역 장벽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싱가포르와 같은 개방 경제에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성장 동력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갈등 심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같은 대외 요인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난제다. 이로 인해 정부의 대응 전략은 중장기적 경제 구조 전환과 병행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출 감소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글로벌 무역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가 본격화된 신호라고 지적한다.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장벽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는 중장기적으로 산업 다변화, 기술 혁신, 신흥시장 개척 등을 통해 대외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싱가포르의 향후 경제 성과는 관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정책적 유연성과 기업들의 대응력에 달려 있다. 이번 7월 수출 감소는 단순히 수치상의 하락을 넘어, 세계 경제가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는 과정 속에서 싱가포르가 직면한 구조적 도전과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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