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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러시아 가스전 가동 중단…카자흐스탄, 에너지 의존도 취약성 드러나

박문선 2025-10-21 13:47:06

- 오렌부르크 가스전 마비로 카라차가낙 생산 25% 감소…러시아 인프라에 얽힌 중앙아시아 에너지 안보 우려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러시아 가스전 가동 중단…카자흐스탄, 에너지 의존도 취약성 드러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오렌부르크(Orenburg) 가스전 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단행하면서, 카자흐스탄 에너지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노출됐다.

이 공격으로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Gazprom)은 카자흐스탄 북서부 카라차가낙(Karachaganak)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의 가공을 중단했고, 이로 인해 카자흐스탄 전체 가스 생산량의 약 4분의 1이 차질을 빚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간 국경을 넘어선 송가스 인프라의 핵심 거점인 오렌부르크 가스 처리 플랜트가 파괴되면서, 카라차가낙에서 채굴된 가스는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못한 채 현장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곧 액체 콘덴세이트와 가스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하루 25만 배럴 이상의 석유 환산 생산량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번졌다.

오렌부르크 가스 처리 시설은 동유럽 최대 규모의 가스 가공 설비 중 하나로, 카자흐스탄 북서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러시아 영토로 이송해 처리한 뒤 다시 카자흐스탄 국내 소비 또는 해외 수출용으로 재공급하는 복합적인 경로의 허브 역할을 맡아 왔다. 이러한 구조는 카자흐스탄 에너지 시스템이 러시아 인프라에 깊숙이 얽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최근 수년간 에너지 공급 경로의 다각화를 시도해 왔다. 중국 및 카스피해를 가로지르는 에너지 수송 루트 확대와 이란·아제르바이잔 등 제3국과의 협력을 추진했으나, 여전히 가공·처리 단계에서 러시아 중류(midstream) 자산에 대한 물리적 의존도는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카라차가낙 가스전은 셸(Shell), 에니(Eni), 셰브론(Chevron), 루코일(Lukoil), 카즈무나이가스(KazMunayGaz) 등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가스와 콘덴세이트의 공동 생산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처리 시설이 중단되면서, 미처 처리되지 못한 가스를 현장에 재주입하거나 플레어링(연소)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석유 생산량 자체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제 에너지 분석업체 업스트림 온라인(Upstream Online)은 “오렌부르크 시설의 가동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수출 전략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관련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은 즉각적인 대안 없이 초과 생산 가스를 소각하거나 저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전통적인 전장 이외 지역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타격한 첫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이전까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러시아 내 정유시설, 탄약고, 군수지원시설 등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러시아와 제3국의 상호 에너지 의존성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그 전략적 성격이 주목된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전역에 걸쳐 에너지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특히 카자흐스탄 영토를 관통하는 송유·송가스관망을 통해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지로의 에너지 수출을 확대 중이다.

러시아 에너지부는 2025년까지 우즈베키스탄으로의 가스 수출을 연간 70억 입방미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며, 카자흐스탄은 이 경로의 주요 환승국으로서 지정학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 같은 상호의존적 에너지 관계의 양면성을 분명히 드러냈다. 러시아는 여전히 카자흐스탄의 가스 처리와 원유 수출 통로를 쥐고 있으며,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과 드루즈바(Druzhba) 송유관 등 핵심 수출 통로의 운영권도 러시아가 행사하고 있다. 

아스타나 당국은 이러한 구조가 결국 외교적·경제적 자율성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인프라 독립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카자흐스탄 에너지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당장은 대체 경로가 충분치 않아 러시아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응급 대응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가공 시설의 자국 내 확충을 포함한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격은 키이우가 단순한 방어전 차원을 넘어, 에너지 인프라를 무력화함으로써 러시아의 경제적·외교적 영향력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특히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러시아와의 밀접한 에너지 연결고리가 잠재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미 에너지 및 통상 분야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채널을 확대해 왔으며, 향후 이 지역에서 러시아와 경쟁하는 ‘전략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외교적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드론 공격은 전장 바깥의 경제 기반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대전의 복합성을 상징하는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다각도의 전략 재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단지 자원 보유량이나 생산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국제사회에 뚜렷이 각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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