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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무역 FOCUS] 세계은행, 동아시아 성장률 전망 하향…무역 긴장·부채 부담이 발목

이한재 2025-10-24 11:04:19

중국 성장 둔화, 역내 회복세 제약 우려
미국 관세 강화로 공급망 압박 심화
정책 불확실성 25년 만의 최고 수준
AI·로봇 확산, 노동시장 구조 변화 가속
[기획-무역 FOCUS] 세계은행, 동아시아 성장률 전망 하향…무역 긴장·부채 부담이 발목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세계은행(World Bank)이 2026년 동아시아·태평양(EAP) 지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4.8%에서 4.3%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부채 증가, 무역과 재정정책의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조정 내용은 세계은행이 발표한 ‘2025년 10월 동아시아·태평양 경제 업데이트’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성장률은 여전히 세계 평균을 웃돌고 있지만, 수요 둔화와 교역 환경 악화, 구조적 제약 요인 등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

중국 성장 둔화…태국·인도네시아도 잠재력 밑돌아

보고서는 중국의 성장률이 올해 4.8%에서 내년 4.2%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 부양책 축소와 공공부채 증가가 주요 요인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역시 각각 1.6%~4.8% 수준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 동아시아산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의 섬유 산업 등 주요 수출 분야가 타격을 받고 있다. 반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은 전자·반도체 산업의 견조한 흐름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은행의 분석 모델에 따르면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는 일부 품목 수출 가치를 최대 30~50%까지 감소시킬 수 있으며, ‘원산지 규정’ 강화는 생산비 상승과 공급망 유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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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전망 (2025 vs 2026)

정책 불확실성 25년 만의 최고치…투자 지연 가속화

보고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지난 2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많은 기업이 투자와 채용을 보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7 국가들의 성장률이 1% 둔화될 경우, 개발도상 아시아의 성장률은 0.6%포인트 감소하고, 중국의 둔화는 지역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금리가 완화되는 추세임에도, 역내 통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자본 유입 증가가 일부 시장의 과열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적 재정 부양책은 일시적 완화 효과를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중국의 국가 부채는 GDP 대비 70%를 넘어섰고,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보조금 중심의 예산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구조 개혁을 진행 중인 필리핀과 베트남은 지역 평균을 웃도는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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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충격으로 인한 성장 영향

“지속 가능한 성장,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핵심”

세계은행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람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강조했다. 우선 교육·기술·보건 등 인적자본 투자를 강화하고, 교통·에너지·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경제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청년층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전체 고용률은 높지만, 청년 근로자 7명 중 1명은 여전히 실업 상태이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성보다 약 15%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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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이 산업 지형 바꾸는 중…저숙련층 ‘일자리 대체’ 경고

보고서는 기술 변화, 특히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의 확산이 동아시아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의 사례를 보면, 근로자 1,000명당 로봇 한 대가 추가될 때 평균 임금은 2~4% 상승하고, 고용률은 6~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시에 약 140만 명의 저숙련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놓여 있다. 세계은행은 “기술 발전의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빠른 적응과 포용적 성장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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