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업 경기에 다시 한 번 경고음이 울렸다. 2025년 10월 일본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생산 활동 위축과 수요 부진이 겹친 제조업 부문의 어려움이 수치로 드러났다.
S&P 글로벌이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일본의 제조업 PMI 예비치는 48.5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인 9월의 49.6보다 낮아진 수치이며, 2023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PMI가 기준선인 50을 밑돌 경우 제조업 부문의 위축을 의미하는데, 일본은 2개월 연속 수축 국면에 머무르게 됐다.
이번 수치는 국내외 수요 감소, 공급망 불안, 비용 상승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보고서에서는 특히 신규 수주 감소와 생산량 축소, 고용 둔화가 두드러졌다고 지적됐다.
기업들은 자재비와 에너지비 등 투입 비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판매 가격을 충분히 인상하지 못해 마진 압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수주는 10월 중 더욱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도 보기 드문 하락세이며, 대외 수요 부진이 일본 제조업을 직접적으로 타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산업 구조상 해외 시장의 둔화는 제조업 경기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아시아 및 유럽 시장의 발주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생산 활동도 위축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산출 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일본 전역에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을 반영했다.
수요 부진과 함께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기존 계약조차 축소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 제조업체는 생산 라인 일시 중단, 설비투자 보류 등 긴축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 부문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10월 고용 지표는 2023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며, 기업들이 신규 인력 채용을 보류하거나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 드러났다.
특히 일부 기업은 노동력 부족 문제에도 불구하고 생산 수요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채용을 제한하는 등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 관련 지표에서는 투입 비용이 지속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한 운송비 부담도 커졌다.
다만, 기업들은 제품 가격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판매 단가 상승 폭은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영업 마진이 줄어드는 등 수익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류 등 주요 수출 산업에서 부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관련 부품 및 전기기기 수요가 감소한 점이 제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됐다. 일부 대기업은 부품 조달 지연 및 주문 취소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부품 가격 급등으로 인한 조정도 병행되고 있다.
서비스업과 비교해도 제조업의 하락세는 뚜렷하다. S&P 글로벌이 같은 날 발표한 일본의 10월 종합 PMI는 49.9로, 제조업 부문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기준선인 50을 밑돌며 경기 둔화 흐름을 반영했다. 특히 서비스업 내에서도 소비자 지출 감소, 관광 수요 정체 등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 확인됐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 제조업 부문의 약화가 일시적인 경기 사이클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내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고령화로 인한 생산 가능 인구 감소, 국내 소비 시장의 한계, 고비용 구조 문제 등 장기적인 제조업 기반 약화 신호가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원자재 및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오히려 커지고 있으며, 환율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기업들의 또 다른 과제가 되고 있다. 다수의 제조업체는 원화 및 달러 기준의 거래 구조에서 발생하는 환차손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PMI 수치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으며, 관련 통계기관들은 오는 31일 예정된 공식 산업생산 지표 발표를 통해 제조업 흐름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발표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원자재 시장의 불안정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P 글로벌 PMI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경기 판단 지표로, 기업 구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종합해 매달 발표된다.
일본의 PMI는 내수 및 수출 산업 전반의 활동 수준을 반영하는 선행지표로, 금융시장 및 정책당국의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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