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제가 소비 둔화와 투자 위축, 중동발 유가 충격 여파로 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하향 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필리핀 통계청(P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4%)은 물론 직전 분기인 2025년 4분기(3.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클레어 데니스 마파 국가통계청장은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가 역성장했던 2021년 1분기(-3.8%)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올해 성장 목표치인 5~6%에도 크게 못 미쳤다.
소비·투자 동반 둔화
내수 둔화는 성장세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전체 경제의 약 75%를 차지하는 가계 소비 증가율은 3.0%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5.3%) 대비 크게 둔화됐다. 특히 식료품·비주류 음료 소비 증가율은 0.3%에 불과해 사실상 정체 수준을 보였다.
투자 지표 역시 악화됐다. 총고정자본형성은 3.3% 감소하며 지난해 4.5% 증가에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공공 건설 부문이 31.5% 급감한 영향으로 건설업 전체도 4.5% 위축됐다.
산업 부문에서는 제조업 성장률이 지난해 4.3%에서 올해 0.5%로 급감했고, 건설업 역시 2.8% 감소했다. 반면 광업·채석업은 3.8% 성장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중동 리스크에 성장목표 하향
필리핀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공식화했다. 아르세니오 발리사칸 경제기획개발부 장관은 “현재와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과 중동 정세를 감안하면 기존 성장 목표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다음 주 개발예산조정위원회(DBCC) 회의에서 목표치를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필리핀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필리핀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압력에 동시에 노출된 상태다.
발리사칸 장관은 “설령 중동 분쟁이 당장 종료되더라도 공급망 교란의 여파는 수개월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에도 상당한 도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하반기 반등 추진”
농림어업 부문도 부진했다. 쌀 생산은 6.3%, 어업·양식업은 5.0%, 옥수수 생산은 5.5% 각각 감소하면서 전체 농림어업 성장률은 0.2% 역성장을 기록했다.
정부 지출 증가율도 지난해 18.7%에서 올해 4.8%로 크게 둔화됐다. 다만 수출은 7.8% 증가하며 일부 방어 역할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인프라 사업 집행 속도를 높여 하반기 경기 회복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발리사칸 장관은 “대통령이 주요 인프라 사업의 조기 집행을 직접 지시했다”며 “예산 절차 디지털화와 승인 체계 간소화, 사업 모니터링 강화 등 행정 개혁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발리사칸 장관은 “필리핀의 잠재성장률은 여전히 6% 수준”이라며 “현재 필요한 것은 시장 신뢰와 소비 심리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내수·투자 부진에 성장률 2.8%…5년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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