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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2026년 GDP 10% 성장 목표' 공식화…미·중 사이서 독자 노선 강화

박문선 2025-10-21 11:03:25

- 외국인 투자 확대·산업 고도화 추진…외부 불확실성 속 성장률 '두 자릿수' 정조준
베트남, '2026년 GDP 10% 성장 목표' 공식화…미·중 사이서 독자 노선 강화
베트남, '2026년 GDP 10% 성장 목표' 공식화…미·중 사이서 독자 노선 강화
사진: 베트남 총리 Pham Minh Chinh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쿠알라룸푸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46차 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출처: 로이터

베트남 정부가 2026년까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전략 경쟁 심화 속에서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체질 개선과 외국인직접투자(FDI) 확대를 통해 경제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베트남 기획투자부가 국가개발계획 초안 발표를 통해 “2026년까지 연간 GDP 성장률을 10% 수준까지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공식화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5.1%, 올해 목표치인 6.5%보다 한층 높은 수치로, 베트남 정부가 이전보다 더욱 공격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계획은 2026년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2026~2030년)의 국가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중장기 전략의 일부로, 베트남 정부는 이를 통해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경제 회복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응우옌 찌 중(Nguyen Chi Dung)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은 관련 브리핑에서 “베트남은 지금이 대도약을 위한 결정적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 강화, 디지털 전환, 기술 혁신을 통해 단순한 수출 기반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외부 환경이 불안정하더라도, 구조적 개혁과 체계적인 투자 유치 전략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베트남 경제는 충분히 두 자릿수 성장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정부는 해당 국가개발계획 초안에서 구체적으로 ▲산업구조 고도화 ▲첨단기술 산업 집중 육성 ▲도시화율 제고 ▲지방경제 균형 발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을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반도체, 전기차, 재생에너지, 디지털 기술 등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집중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베트남은 이미 다수의 글로벌 대기업으로부터 생산기지 이전 및 확대 대상지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에 대규모 스마트폰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인텔은 호찌민시 하이테크파크에 반도체 패키징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인 폭스콘(Foxconn)도 베트남 북부에 신규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 미국은 중국에 집중된 제조 기반을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 1)’ 정책을 추진해왔으며, 베트남은 지리적 인접성과 낮은 생산비, 정치적 안정성을 무기로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부상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베트남이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약 36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 중 70% 이상이 제조업 부문에 집중됐다. 

정부는 2025년까지 연간 400억 달러 이상의 FDI 유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조세 인센티브, 인프라 투자, 행정절차 간소화 등 다방면의 정책을 시행 중이다.

또한 베트남은 ‘친환경 성장’을 또 하나의 전략 축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GDP 대비 15% 이상 감축하고, 전체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태양광, 풍력,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유치와 기술 이전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응우옌 찌 중 장관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도 성장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베트남의 가장 큰 도전”이라며 “녹색 성장과 산업 경쟁력 제고는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전략이 국내외 불확실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갈등은 베트남 외교 및 통상 전략에 복잡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을 ‘핵심 전략 파트너’로 격상시키고 공급망, 기술,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중국과 깊은 경제적 의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베트남 최대의 수입국이자 제조업 원자재의 주요 공급처로, 양국 간 무역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700억 달러에 달한다.

실제로 베트남 정부는 외교 정책에서 ‘4무(無) 원칙’—무동맹, 무군사기지, 무타국 공격, 무군사 동맹—을 유지하며 전략적 균형 외교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려는 전통적인 외교 기조로 평가받는다.

베트남은 최근 미국과의 반도체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이후 양국은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으며, 베트남은 반도체 인력 5만 명 양성 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 기반 제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베트남 정부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한편, 베트남 국회는 이번에 공개된 국가개발계획 초안을 심의한 뒤 오는 연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경제·사회·환경·외교 전반의 정책 방향을 규정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베트남 통계총국에 따르면, 2023년 GDP 성장률은 5.1%를 기록했으며, 정부는 2024년 목표치를 6.5%로 설정해 놓고 있다. 경제 성장세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 통화 긴축,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외부 요인에 대한 대응이 중장기 성장의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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