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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 부품업체 데이나, 전기차 수요 급감에 디트로이트 공장 전격 폐쇄

박문선 2025-10-22 15:49:49

美 자동차 부품업체 데이나, 전기차 수요 급감에 디트로이트 공장 전격 폐쇄

전기차 산업이 미국 제조업계의 미래를 이끌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연방정부 정책 변화와 소비자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산업 생태계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전기 추진 시스템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하던 미국의 자동차 부품업체 데이나(Dana Inc.)가 최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공장 가동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약 2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EV 전환에 따른 희망보다 구조조정의 현실이 먼저 도달한 셈이다.

데이나는 CBS 뉴스에 보낸 공식 성명을 통해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인한 고객 주문의 예기치 않은 즉각적인 감소로 인해, 공장 운영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장 폐쇄 결정을 공개했다. 

해당 공장은 전기차용 드라이브 시스템과 구동 모듈 등 고전압 추진 부품을 조립해오던 곳으로, 회사 전체 전기차 부품 공급망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해왔다.

이번 조치는 전기차 시장의 조기 정체 현상이 미국 내 부품업체들에 직접적인 충격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 공장이 위치한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으로 불리며 미국 제조업의 상징적 공간이었기에, 전기차 산업의 구조적 위기 신호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공장 폐쇄와 함께 해고되는 직원은 약 200명에 달하며, 지역 노동조합은 해고 대상 근로자들의 실직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 협의에 착수한 상태다. 데이나 측은 “해당 지역에서의 전기차 부품 생산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전기차 관련 정책 기조 변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초기 재임 기간 동안 전기차 확산을 위해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대규모 보조금을 제공해 왔다. 차량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은 EV 산업에 강력한 성장 모멘텀을 제공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재출마 선언과 함께 정책 노선을 수정하며 EV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시장은 급격히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지난 9월 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정부 차원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공식화했고, 이는 시장 전반에 즉각적인 파장을 미쳤다.

이러한 정책 변화가 반영되며 소비자들은 보조금 혜택이 사라지기 전인 3분기에 대거 전기차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켈리 블루 북(Kelley Blue Book)에 따르면, 미국 내 3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했고, 전 분기 대비로는 무려 40.7% 급증했다. 특히 GM과 폭스바겐은 해당 분기 동안 EV 판매량을 두 배 이상 늘렸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단기적인 반사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막대한 손실을 기록 중이며, 보조금 없이 수익 기반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포드는 올해 2분기에 전기차 부문에서 13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 전체로는 55억 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GM과 스텔란티스 역시 EV를 판매하면 할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전기차 생산 라인 조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GM은 전기 픽업트럭 생산 계획을 연기했고, 테슬라도 일부 모델의 생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부품 공급사인 데이나의 공장 폐쇄는 단순한 기업 단위의 문제가 아닌, 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재조정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데이나의 공장 폐쇄는 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디트로이트는 20세기 초반부터 자동차 산업으로 급성장한 대표적인 산업 도시였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기반이 급격히 축소되며 쇠락을 겪어왔다.

 전기차 산업은 도시 재건의 핵심축 중 하나로 여겨졌으나, 이번 공장 폐쇄는 그 가능성에 다시금 의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회사 측은 해고자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마련을 검토 중이며, 일부 인력은 타 공장 전환 배치를 통해 구조조정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지역 실업률이 여전히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구조조정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나는 1904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업체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에 구동 계통 및 샤시 부품을 공급해오고 있다. 

최근 수년간 EV 부문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으며, 미국 내 주요 제조기지에서 다양한 전기차용 모듈 및 파워트레인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급격한 수요 변화와 정책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성장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지금,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의 과도기에 서 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는 한, 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데이나의 디트로이트 공장 폐쇄는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첫 번째 균열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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