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XRG, 아르헨티나 첫 대규모 LNG 수출 프로젝트 투자 논의…YPF와 초기 협상 진행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 이하 ADNOC)의 해외 투자 전문 자회사인 XRG가 아르헨티나 국영 석유회사 YPF Sociedad Anónima(YPF SA)가 추진하는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안을 놓고 초기 협의를 진행 중이다.

본 협상은 YPF가 주도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최초의 본격적인 LNG 수출 인프라 구축 사업과 관련되어 있으며, 양사는 현재 프로젝트 참여 조건과 구조 등에 대해 비공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XRG의 이번 행보는 자사의 글로벌 LNG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중남미와 북미,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공급망 구축을 염두에 둔 장기 계획의 일부로 해석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아르헨티나의 핵심 에너지 자산인 바카 무에르타(Vaca Muerta) 셰일 분지에서 확보된 대규모 천연가스 매장량을 활용하여 부유식 액화 설비(Floating LNG Plant)를 건설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간 최대 2,800만 톤 규모의 LNG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아르헨티나가 에너지 수출국으로 전환되는 데 있어 전략적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사업이다.

현재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쉘(Shell Plc)과 이탈리아계 에너지 기업 에니(Eni SpA)가 이미 YPF와 기술적·운영적 측면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한 상태이며, 향후 투자 구조 및 참여 방식에 따라 공동 출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린 파트너사는 없는 상태다.

XRG는 이번 프로젝트 참여 여부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구체적인 투자액, 지분 구조, 프로젝트 일정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XRG 측이 내부적으로 여러 투자 시나리오를 두고 검토 중이며, 최종 결정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수급 상황과 경제적 여건, 규제 환경 등을 고려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은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자유주의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현지 투자 환경이 크게 변화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간 중심의 경제 개혁과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를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운 밀레이 행정부의 출범 이후,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아르헨티나 내 신규 투자 검토가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 선거 직후 뉴욕 증시에 상장된 YPF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최대 38%까지 급등한 바 있으며, 이는 향후 규제 완화 및 민간 중심의 에너지 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XRG는 아부다비 정부의 전략적 국부펀드와 ADNOC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설립된 국제 투자 플랫폼으로, 최근 들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입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특히, LNG 및 화학 분야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에너지 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로 미국의 NextDecade Corp.가 주도하는 텍사스 리오그란데 LNG(Rio Grande LNG) 프로젝트에 지분을 인수하면서 미국 에너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또한 XRG는 독일 소재 화학소재 전문기업 코베스트로(Covestro AG)의 인수를 추진 중이며, 이 외에도 호주 대표 에너지 기업 산토스(Santos Ltd.)에 대한 약 190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서를 검토했으나, 해당 거래는 이후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ADNOC 및 XRG의 이러한 글로벌 확장 전략은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차원의 자산 다변화 및 에너지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석유를 중심으로 한 기존 자원 산업을 에너지 기술, 소재, 소비재,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전략 산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다.

UAE 정부는 특히 미국, 유럽, 아시아뿐 아니라 문화적·종교적으로 유대 관계가 깊은 중남미 국가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으며, 이번 YPF 프로젝트 논의도 그러한 다자간 외교 및 투자 전략의 흐름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YPF는 현재 아르헨티나 에너지 산업의 전환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으로, LNG 사업에 대한 전방위적 확장을 추진 중이다. 앞서 Golar LNG Ltd.와의 협력을 통해 별도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LNG 공급능력 증대와 수출 채널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YPF 최고경영자 오라시오 마린(Horacio Marin)은 최근 ADNOC CEO이자 아랍에미리트 기후변화 특사로도 활동 중인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 Jaber)와 회동을 갖고, 양국 간 에너지 협력 확대와 LNG 기술 공유, 투자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현재 기술적 타당성 조사 및 환경영향평가 등의 준비 단계에 있으며, 파트너십 체결 및 투자 확정 이후 본격적인 사업 착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로젝트 참여와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YPF의 향후 공식 발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