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고조되는 글로벌 긴장 속에서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고위급 회담이 예고되면서, 통상 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공급망 재편 우려가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미·중 정상 간 회담은 오는 11월 미국에서 개최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 중이며, 양국 간 통상·기술·안보 등 복합적 의제를 중심으로 한 협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주요 수출국 기업들은 양국 관계 변화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력 대권 주자로 재부상하면서,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7일 보도를 통해 한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및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과 중국의 보복 가능성 사이에서 전략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정부와의 협의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시행 이후, 한국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은 미국 내 생산설비 확대를 추진해 왔으나, 원자재 조달 요건 강화 및 공급망 관련 규제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 정부는 중국을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 및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으며,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시설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사는 미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시적 유예 조치를 받은 바 있으나, 장기적으로 규제 기조가 강화될 경우 추가적인 투자 및 생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한국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정치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우리는 어느 한 쪽에 편향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특히 기술이전 및 공급망 내재화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국제 정세에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정부도 최근 미국의 반도체 및 기술 규제 강화에 반발하며, 자국 중심의 공급망 확대와 핵심 기술 국산화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투자 및 협력 구조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지속됨에 따라 수출 중심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 기업들이 더욱 유연하고 다변화된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히며, “정부 차원의 외교 및 통상 대응력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어떤 형식과 의제로 진행될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은 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협상을 지속 중이며, 회담 결과에 따라 글로벌 무역 질서 전반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는 국내 산업계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외교적 리스크 관리 및 통상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및 외교부를 중심으로 관련 시나리오별 대응 체계를 정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각 기업들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한 사전적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대기업들은 북미·유럽 등 제3시장 진출 확대, 현지화 전략 강화, 공급망 재배치 및 다변화 등을 추진 중이며, 미국과 중국 양국의 법·제도 변화에 따른 실시간 대응체계도 보완 중이다.
현재 글로벌 기술 산업의 핵심축을 이루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산업은 미중 간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민첩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 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 활동이 지정학적 변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국제 정세의 급변에 대비한 정보 공유 및 정책 일관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글로벌 경제 질서와 통상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한국 기업들의 사전 준비와 민첩한 대응이 한층 더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기획-무역 FOCUS] 튀르키예, 수출 3,900억 달러 돌파…공화국 102주년 맞아 ‘역대 최고치’
[기획-MENA 다이버전스] 이란-오만 교역, 상반기 11% 증가…하반기에도 성장세 지속 전망
[기획-무역 FOCUS] 아마존, 인도 중소기업 수출 200억 달러 돌파
[기획-ASEAN 트레이드] 베트남-중국 교역, 올해 사상 최대치 전망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커지는 기업 불확실성…韓 주요 업계 긴장 고조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 中 배터리 장비 긴급 조달…수출 통제 전에 ‘선배송’ 돌입
노르웨이, 전기차 도입률 90% 돌파…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전환 주도
[기획-무역 FOCUS] 튀르키예, 1~9월 산업 수출 사상 최대 1,432억 달러
[기획-무역 FOCUS] 캐나다, 아세안과 FTA 추진…“비미국 수출 2배 확대 목표”
일본 제조업 PMI, 19개월 만에 최저치…수출 부진·고용 위축 동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