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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UAE에 152억 달러 투자…美, 엔비디아 AI칩 수출도 승인

박문선 2025-11-04 13:48:40

마이크로소프트, UAE에 152억 달러 투자…美, 엔비디아 AI칩 수출도 승인
사진: 프랑스 파리 남부 이시레물리노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회사의 로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랍에미리트(UAE) 전역에 걸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과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위해 152억 달러(약 20조 9,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로부터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 수출 승인까지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내외에서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지역에서도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겸 사장은 4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UAE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는 일이며, 이는 AI 활용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석유박람회(ADIPEC) 참석 중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서 2023년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 전문기업 G42에 15억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 일부를 확보했으며, 스미스 사장이 직접 이사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양측의 기술 협력 관계는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G42는 과거 중국과의 기술 협력 이력이 있어, 워싱턴 정가와 정보당국에서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이 제3국을 통해 중국으로 우회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는 수출 통제 대상인 엔비디아의 AI칩 공급 여부를 두고 신중한 검토를 이어왔다.

스미스 사장은 인터뷰에서 “G42가 미국 법률 준수를 위한 시스템 구현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강조하며, G42와 UAE 정부가 미국 측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국제 AI 개발 기준을 따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G42는 2023년 이후 미국 당국과 협력하여 AI 기술의 안전성과 윤리성 확보, 데이터 보안 등에 관한 기준을 수립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과정을 고려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엔비디아 AI칩 수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스미스 사장은 이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2023년 미국 정부로부터 획득한 라이선스를 통해, A100·H100·H200 GPU를 포함한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을 UAE 내 데이터센터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A100 GPU 기준으로 2만 1,500개에 달하는 물량의 칩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기술 수출 정책 개정에 따라, 한층 진보된 AI칩인 GB300 시리즈를 포함한 6만 400개 규모의 GPU 수출도 추가로 승인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스미스 사장은 “이번에 승인된 칩은 아직 출하되지 않았으며, 향후 수 개월 내에 UAE 내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의회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존 무레나르(공화당) 하원 의원은 성명을 통해 “UAE와 중국은 긴밀한 기술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봄 UAE 고위 인사가 중국을 직접 방문해 협력 강화를 논의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UAE 간 기술 협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그 전제 조건은 에미리트 측이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선택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UAE에 대한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스미스 사장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2023년부터 2025년 말까지 약 73억 달러를 UAE 인프라에 투입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추가로 79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투자에는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UAE 주요 도시 전역에 걸친 AI 데이터센터 신축 및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 계획이 포함된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152억 달러 규모의 투자에는 아부다비에 건설 중인 대형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는 포함되지 않았다.

‘스타게이트 UAE’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아부다비에 건립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로, 세계 최대 규모의 AI 처리 능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걸프 지역 방문 당시 공식 발표된 바 있다.

한편, UAE 정부는 최근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글로벌 AI 허브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기술 강국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클라우드, 초거대 AI 개발 등 전방위적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은 그 중심축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과 UAE 간의 기술 협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양국 정부와 민간 기업은 AI 기술의 안전성 확보와 국제 기준 준수, 데이터 주권 문제 등에 대한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투자와 기술 수출 승인 조치는 단순한 상업적 계약을 넘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 중동 내 기술 패권 구도, 글로벌 AI 생태계 재편 등과 맞물려 있는 만큼 양국 간 지속적인 협의와 감시 체계가 뒤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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