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케냐 나이로비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 통상 영향력 회복에 나서고 있다. 서아프리카 옛 영향권에서 입지가 약해진 프랑스가 영어권 동아프리카로 무대를 넓히며, 무역·투자·인프라·청정에너지 협력을 앞세워 대아프리카 전략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5월 11~12일 ‘아프리카 포워드 2026’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동 주최하며, 의제는 무역, 기술,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에 맞춰져 있다. 에너지, 금융, 농업, 인공지능, 블루이코노미, 보건, 산업화 등 분야별 원탁회의도 예정돼 있다.
이번 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프랑스가 아프리카 외교의 축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그동안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 사헬 지역에서 군사·외교적 영향력이 약화됐다. 쿠데타 이후 일부 국가들이 프랑스군 철수를 요구했고, 러시아와의 안보 협력을 확대하면서 프랑스의 기존 네트워크도 흔들렸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군사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경제 협력과 산업 파트너십을 앞세우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케냐는 이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케냐는 동아프리카의 물류·금융·기술 허브이자 영어권 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입하기 좋은 국가다. 몸바사항과 북부회랑을 통해 우간다, 르완다, 남수단 등 내륙국과 연결돼 있어 통상 측면의 전략적 가치도 크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케냐를 통해 동아프리카 시장과 범아프리카 공급망에 접근할 수 있다.
프랑스의 움직임은 중국과 미국의 아프리카 공세 속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53개국에 무관세 접근을 확대하며 시장 개방 카드를 내세우고 있고, 미국은 핵심광물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도 인프라, 청정에너지, 인공지능, 교육, 금융 분야에서 협력 의제를 넓히며 아프리카 시장에서 존재감을 회복하려는 계산이다. 로이터는 프랑스가 서아프리카에서의 거부감 이후 케냐 회의를 통해 나머지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강화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프랑스의 영향력 회복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아프리카 인프라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금융 지원이 강력하고, 미국과 걸프 국가들도 에너지·광물·디지털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케냐 역시 실용적 외교를 앞세워 특정 국가에 치우치기보다 다양한 파트너를 비교하며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프랑스 아프리카통상연구소의 로랑 뒤부아 선임연구원은 “이번 나이로비 정상회의는 프랑스가 아프리카 전략을 새로 짜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처럼 식민지권 중심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아프리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프랑스가 무역, 투자, 청정에너지,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케냐서 아프리카 정상회의…통상 영향력 회복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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