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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산 ‘동남아 우회수출’ 조인다…원산지 규정 강화

이찬건
입력 2026.09.0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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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산 제품의 동남아시아 우회수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원산지 규정이 미중 통상갈등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피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가는 상품이 늘자 미국이 실제 생산지와 현지 가공 수준을 보다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이 문제 삼는 것은 중국에서 사실상 완성된 제품을 동남아 국가로 옮겨 포장이나 라벨 변경 등 최소한의 공정만 거친 뒤 현지산으로 신고하는 이른바 ‘환적’이다. 미국 측에서는 이 같은 관세 회피성 환적으로 연간 190억~260억달러 상당의 관세 수입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미국의 우려를 인지하고 관련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통상 현장에서는 원산지 규정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단순히 어느 국가에서 선적됐는지가 아니라 실제 생산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가공과 부가가치 창출이 이뤄졌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국산 완제품을 베트남에서 재포장해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우회수출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지 공장에서 원재료를 가공하고 부품과 노동력을 투입해 새로운 제품을 생산했다면 해당 국가산으로 인정받을 여지가 커진다.

미국의 조사 범위도 베트남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과 함께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아시아 주요 생산기지를 대상으로 과잉생산과 대미 수출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중국산 상품이 제3국 생산기지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지를 확인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동남아 국가에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높아질수록 글로벌 기업의 ‘차이나+1’ 전략에 따라 생산시설과 투자가 동남아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단순 우회수출 기지로 인식될 경우 추가 관세와 통관검사 강화에 직면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미국 수출기업이 현지 조달 비율과 생산공정, 원재료 출처를 더욱 세밀하게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통상갈등의 초점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수준을 넘어 ‘어디에서 얼마나 생산했는가’를 검증하는 단계로 이동하면서 원산지 규정이 동남아 제조업 공급망 재편을 좌우할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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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건
국제통상신문 · 국제통상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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