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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I, “2030 청정전력 고수 땐 경제 흔들”…英 에너지 정책 논쟁 확산

박문선 2025-10-27 14:37:13

TBI, “2030 청정전력 고수 땐 경제 흔들”…英 에너지 정책 논쟁 확산
사진제공: CITY A.M.

북해 유전의 생산 감소와 국제 원유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영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설립한 정책연구기관인 토니 블레어 연구소(Tony Blair Institute, 이하 TBI)가 전기요금 인하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 전환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TBI는 최근 발표한 정책 보고서에서 “현행 2030년 청정 전력 목표는 탈탄소라는 장기적 목표 달성에는 의의가 있으나, 전기요금 안정과 국민 수용성 측면에서는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전기요금 인하’로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통해 대중의 지지를 회복하며 에너지 산업과 전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에너지정책 전문가 토네 랑겐(Torne Langen)은 “영국의 에너지 전략은 현재 비효율적 구조로 인해 전환비용이 지나치게 높고, 이는 국내 경제 성장과 소비자 신뢰를 동시에 저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치적·경제적 실패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며, 이는 기후변화 대응 역량까지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TBI는 특히 북해 지역 유전의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과거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졌으며, 이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직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 비용 안정화와 대규모 전기화(Electrification)를 동시에 추진하는 이중 전략”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국내 전력 인프라와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정책 지원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전환을 넘어 국가 경제 경쟁력을 회복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당 정부는 현재 2030년까지 모든 전력 생산에서 화석연료를 사실상 제거하고 청정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총리실과 에너지안보부는 이번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해당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에너지안보부 대변인은 “현 정부는 2030년까지 청정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중심으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전기요금 인하와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청정 전력 확대는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장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한 기후 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확보, 경제 성장이라는 세 가지 축을 모두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청정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TBI는 이러한 방향성이 전기요금 부담 증가와 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제 전반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산업계도 TBI의 제안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에너지산업 로비 단체인 Energy UK의 다라 비야스(Dhara Vyas) 최고경영자는 “국내 전력 생산 확대를 통해 가정과 기업의 에너지 비용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비야스 CEO는 “청정에너지와 전기화 확대는 국제 화석연료 가격 변동성에서 오는 위험을 줄이고, 영국의 에너지 독립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산업계의 장기적 계획 수립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정부는 이를 위한 안정적 정책 환경을 조속히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환의 속도를 조절하지 않고 무계획적으로 추진할 경우 오히려 향후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수십억 파운드에 달하는 장기 투자 결정은 정책의 일관성과 확실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기업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외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신규 투자 지연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 전반의 둔화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TBI는 보고서에서 “영국은 더 이상 북해 석유와 가스에 의존해 에너지 안보를 유지할 수 없다”며, “향후 10년 간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은 전기를 통해 충당해야 하므로, 국가 차원의 ‘전기 중심 경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TBI는 또, 정부의 청정 전력 전환 목표 자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보다 강경한 입장도 내비쳤다. 보고서에서는 “국민의 일상에 미치는 전기요금 부담과 산업계의 생산원가 상승을 고려할 때, 현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노동당 정부는 전기요금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올해 초 인터뷰에서 “기후 목표 달성에 앞서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예기치 못한 재정적 희생과 생활방식 변화는 국민의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무리한 화석연료 폐지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경제성과 수용성이다. 전기요금을 낮춰야 전기화가 가능하고, 전기화가 되어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TBI는 이와 같은 정책 전환이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경제 전략이자 산업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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