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면서 중동산 원유 운송비와 전쟁위험 보험료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조정을 받더라도 유조선 운임과 보험료가 내려가지 않으면 한국·중국·인도 등 아시아 수입국이 실제로 부담하는 원유 도입가격은 충분히 낮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걸프 지역에서 유조선을 빌리는 비용은 선박 부족과 안전 우려가 겹치며 단기간에 급등했다. 중동 산유국들이 밀려 있던 원유 수출을 확대하면서 선박 수요는 늘었지만, 선주들은 공격과 기뢰 위험을 우려해 호르무즈해협 진입을 꺼리고 있다. 이로 인해 걸프 외부에서 유조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해졌고, 일부 항로에서는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하루 수익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위험 보험료도 원유 도입비용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다. 보험료는 선박가액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대형 유조선 한 척의 항차당 보험료가 수백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 200만배럴을 운송하는 초대형 유조선에 750만달러의 보험료가 붙는다면 보험료만 배럴당 약 3.75달러가 추가된다. 여기에 용선료와 항만 대기비용까지 더해지면 배럴당 물류비가 7달러 이상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유가에는 두 가지 위험 프리미엄이 동시에 반영된다. 첫 번째는 전쟁이나 해협 봉쇄 가능성으로 원유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가격에 반영되는 ‘지정학적 프리미엄’이다. 두 번째는 선박 부족과 보험료 상승, 항로 지연 등 실제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 프리미엄’이다.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 국제 원유 선물가격은 먼저 하락할 수 있지만, 선박 공급과 보험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실제 수입가격은 더 늦게 내려갈 수 있다.
운송 차질은 산유국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유 생산능력이 충분하더라도 유조선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출이 불가능해지고, 저장시설이 가득 찰 경우 생산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유전의 생산 문제가 아니라 해상운송 병목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알바르카 해운정책연구소의 하산 알누아이미 수석연구원은 “중동산 원유의 실제 도입가격을 판단할 때는 브렌트유나 두바이유 같은 기준유 가격만 봐서는 안 된다”며 “유조선 운임과 전쟁위험 보험료까지 함께 확인해야 수입국과 정유사가 부담하는 실질 비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재개되더라도 선주와 보험사가 항로의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하기 전까지는 위험 할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먼저 하락하더라도 물류 프리미엄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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