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업이 두 달 연속 위축세를 이어가며 경기 하강 압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수요 감소와 내수 침체에 더해, 장기화되는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제조업 전반에 수주와 생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발표된 일본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8.1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48.7) 대비 추가 하락한 수치로, 2022년 4월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당 지표는 S&P 글로벌(S&P Global)과 지분은행(Jibun Bank)이 일본 전역의 제조업체 약 4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산출됐다.
PMI는 기준선인 50을 중심으로 경기 확장(50 이상)과 위축(50 미만)을 가늠하는 지표다. 이번 예비치가 기준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제조업 경기의 수축 국면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특히 수축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S&P 글로벌은 보고서를 통해 “11월 제조업 PMI 예비치가 지난 1년 반 사이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며 “신규 수주와 생산이 모두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해외 수요 감소가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제조업 부문의 위축세는 전방위적이다. 신규 주문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고, 반도체·전자부품을 포함한 수출 중심 품목들의 수요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과 유럽의 경제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관련 산업의 생산·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에 본사를 둔 한 산업기계 제조업체 관계자는 “환율이 계속 불안정해지면서 수출 단가 협상이 쉽지 않고, 이미 체결된 계약마저 재협상을 요구받는 상황”이라며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격화돼 마진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생산 측면에서도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주 부진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으며, 이는 곧 공장 가동률 저하와 인력 운용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조사 응답 기업 중 상당수가 생산라인의 운영 시간을 줄이거나, 교대조 축소와 같은 인력 재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수 경기의 회복 지연 역시 제조업 부진에 일조하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는 소비심리가 여전히 위축돼 있으며,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제조업 고용 시장도 둔화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종사자 수는 전월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이는 일부 대기업의 단기 프로젝트성 채용에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보고서는 “전반적인 고용 수요는 정체 상태에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인력 충원보다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중견 전자부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신규 인력 채용은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고, 기존 인력의 다기능화를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며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인건비 통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원자재 구매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불확실한 수요 환경 속에서 많은 업체들이 기존의 재고 확충 기조를 접고, 오히려 재고 축소와 자금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압박도 여전하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원자재 수입 단가가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제조업체들은 이 같은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중소 제조업체는 마진을 줄여서라도 기존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수익성 저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후쿠오카의 한 중소 금속가공업체 대표는 “가격 인상은 곧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지금은 최대한 원가를 줄이고 버텨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S&P 글로벌의 이코노미스트 우샤나 카리우스(Ushana Karius)는 “제조업 경기의 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수요 기반 자체가 약화되고 있어 산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엔화 약세가 과거와 같은 수출 확대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제조업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비스업은 제조업과는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같은 날 발표된 11월 일본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1.7로, 전달(51.1)보다 상승했다.
이는 관광, 외식, 숙박 등 대면 서비스 부문이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연말을 앞두고 여행과 관련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서비스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부진이 일본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서비스업의 개선 흐름만으로는 전반적인 경기 하방 압력을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11월 종합 PMI는 50.3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달(50.5)보다 소폭 하락한 수치로, 일본 경제가 확장과 위축의 경계선상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수치상으로는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 폭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앞서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데 이어, 제조업 경기의 급격한 수축까지 겹치면서 경기 대응 정책 마련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일본은행(BOJ) 또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라는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제조업 PMI 예비치는 오는 11월 20일경 최종치가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는 일본 제조업 경기가 연말을 앞두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가늠할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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