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지난달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재고 감소와 경질유 등 혼합용 원유 수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체 수출 물량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자국 내 초중질유를 수출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기 위한 혼합 설비 가동률이 떨어진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선박 추적 데이터와 국영 석유회사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이하 PDVSA)의 내부 문서를 인용해, 2025년 10월 한 달 동안 베네수엘라의 석유 및 정제 제품 수출량이 하루 평균 62만7,000배럴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월인 9월 수출량인 하루 평균 71만 배럴보다 약 12% 감소한 수치로, 지난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수출 감소는 PDVSA의 원유 생산량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에 필요한 재고와 혼합원유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베네수엘라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초중질유는 점도가 높고 유황 함량이 많아, 수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가벼운 경질유와의 혼합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10월 한 달 동안 혼합용 희석유(경질유)의 수입이 충분하지 않아 관련 설비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수출 가능한 혼합원유의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PDVSA의 내부 소식통은 로이터에 “혼합유 생산 설비가 희석유 부족으로 충분히 가동되지 못했다”며 “혼합유 생산량 감소가 곧바로 수출 물량 축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출을 위한 주요 시설인 호세(Jose) 원유 수출터미널의 선적 일정도 일부 연기됐으며, 10월에 예정됐던 선적이 11월 초로 미뤄진 사례도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혼합유 부족은 베네수엘라의 전체 수출 스케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해당 기간 동안 호세 터미널에서는 총 28척의 유조선이 원유 또는 석유화학 제품을 선적해 출항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약 70%는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다.
주요 수출 경로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으로, 직접 수출이 아닌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이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다.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의 감소는 국가 경제 전반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베네수엘라는 전체 외화 수입의 90% 이상을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PDVSA 역시 국가 재정 운용의 핵심 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량 감소는 곧바로 외환 부족 및 재정 운용 압박으로 이어진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재 석유 수출 확대를 위한 여러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혼합유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계 기업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일부 혼합 설비의 보수 및 확충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DVSA는 최근 해외 석유 기업들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기존 혼합유 생산공정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가 지난 10월 베네수엘라에 대한 일부 제재를 한시적으로 해제하면서, 베네수엘라 측은 수출 확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와 야권 간의 대화 재개 및 공정 선거 진행을 조건으로 석유 부문 제재를 6개월간 완화했으며, 이 조치에 따라 일부 미국 및 외국 기업들이 PDVSA와의 거래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지난 몇 주간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미국 에너지 기업 관계자들이 복수 확인됐으며, PDVSA는 이들과의 협상을 통해 석유 생산 및 수출 인프라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수출 감소는 제재 완화 조치 이후에도 공급망 불안과 혼합용 원유 부족 문제가 단기간 내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한 에너지 시장 전문가는 로이터에 “베네수엘라가 제재 완화 이후 수출 확대를 원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혼합유 부족과 인프라 노후화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출 지표는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금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원유 생산량 자체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제·혼합·수출이라는 일련의 공급망이 각 단계마다 취약점을 안고 있어 안정적인 수출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베네수엘라 정부는 11월부터 혼합유 수입을 확대하고, 일시적으로 축소된 수출량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 중이다. PDVSA는 또한 재고 확보를 위한 내륙 저장 설비 운용 계획도 재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출 실적은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이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생산량과 재고, 희석유 확보, 수출 설비 가동 등 여러 요소가 동시에 맞물려야 안정적인 수출이 가능한 구조적 현실 속에서, 당분간 불안정한 수출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PDVSA는 오는 주중 공식 발표를 통해 11월 수출 계획 및 관련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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