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상향 조정됐다. 중동 지역 긴장 완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안정과 관광산업 회복, 전자제품 수출 및 외국인직접투자(FDI) 확대가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경기 회복의 온기가 대기업과 첨단산업에 집중되면서 가계와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시암상업은행 산하 경제연구소인 SCB 경제정보센터(SCB EIC)는 2026년 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에너지 가격 안정·관광 회복이 성장률 견인
SCB EIC는 올해 1분기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던 데다 중동 분쟁이 부분적으로 완화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 점을 성장률 상향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관광객 유입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전자제품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증가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전자·인공지능(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디지털 연결망 분야로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태국 수출산업의 성장 기반을 뒷받침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하락은 물류·운송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항공료 안정으로 관광 수요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도 성장률 전망 상향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생활비 부담 완화와 소비 진작, 일부 에너지 전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4000억밧 규모의 긴급 차입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용 타이차로엔 SCB EIC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정부 지원책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수준인 1.7% 안팎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4000억밧 부양책 효과, 연말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
다만 이른바 ‘타이 헬프 타이 플러스’ 정책의 경기부양 효과는 상반기와 정책 시행 초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연말로 갈수록 소비 진작 효과가 약화할 수 있으며, 중장기 성과는 에너지 전환 사업의 구체성과 집행 속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거시경제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경제 주체별 회복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SCB EIC는 현재 태국 경제가 특정 산업과 기업은 성장하지만 다른 부문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K자형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회복의 상단에는 대기업과 기술 연관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전자제품 제조업체와 AI 관련 기업, 데이터센터 운영사, 디지털 인프라 사업자는 글로벌 투자 확대와 수출 수요 증가의 수혜를 받고 있다. 이들 분야에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면서 생산과 수출지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첨단산업 성장에도 가계·중소기업 체감경기 부진
반면 가계와 중소기업은 높은 부채와 원가 상승,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첨단산업이 성장하더라도 관련 기업들의 수입 원자재와 해외 장비 의존도가 높아 투자 효과가 태국 국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AI·데이터센터 산업은 자본집약적 성격이 강해 생산 증가에 비해 고용과 가계소득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성장세가 소비와 중소기업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경제적 승수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 경제가 2%대 성장률을 달성하더라도 가계부채 부담과 중소기업의 비용 압박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내수 회복은 제한될 수 있다. 정부의 단기 부양책과 함께 첨단산업 투자 효과를 국내 고용과 공급망으로 연결하는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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