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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ASEAN 트레이드] 말레이시아, AI 반도체 환적 단속 강화

이찬건 2026-06-27 17:31:00

[기획-ASEAN 트레이드] 말레이시아, AI 반도체 환적 단속 강화
MIDA

말레이시아가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의 무허가 환적 단속을 강화하면서 동남아 반도체·물류 산업의 공급망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통관 규제를 넘어 제품 원산지와 최종사용자, 최종 목적지까지 확인하는 수출통제 체계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말레이시아 세관은 지난 6월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자유상업지대에서 고성능 AI 반도체가 탑재된 서버 72대를 적발했다. 해당 물품은 약 5290만링깃 상당으로, 신고 과정에서 ‘컴퓨터 부품’으로 기재된 뒤 다른 아시아 국가로 재수출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관은 필요한 전략무역 허가 없이 반입·환적이 추진됐다고 보고 관련 운송업체와 거래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말레이시아가 반도체 조립·검사와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에 집중해온 기존 역할에서 벗어나, 민감 기술의 이동을 통제하는 공급망 관리국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말레이시아는 2025년부터 미국산 고성능 AI 반도체의 수출과 환적, 통과 운송에 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무역지대에 일시 반입한 뒤 제3국으로 다시 보내는 물품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이 중국의 AI·군사기술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동남아 물류 거점이 우회 수출 경로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줄이고 자국 반도체 산업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단속과 허가 심사를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ASEAN 트레이드] 말레이시아, AI 반도체 환적 단속 강화
말레이시아 반도체 관련 수출액

기업의 부담은 확대될 전망이다. 반도체 제조·유통기업뿐 아니라 서버 판매업체와 포워더, 항공물류사, 자유무역지대 운영업체도 칩의 성능과 원산지, 구매자, 최종사용처를 확인해야 한다. 신고 오류나 거래 상대방의 허위 정보가 적발될 경우 물품 압수와 거래 지연, 제재 위험까지 떠안을 수 있다.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말레이시아의 한 통상 전문가는 지역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수출통제 기조에 맞춰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하면 정상적인 반도체 환적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허가 절차가 복잡해지고 준법 비용이 높아질수록 기업들은 싱가포르나 태국 등 다른 물류 거점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망 신뢰성 확보라는 명분이 특정 국가와 기업을 배제하는 기술 통제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며 “말레이시아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허브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외부의 정치적 압력보다 투명하고 신속한 허가 절차와 정상적인 교역 보장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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