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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중앙은행 총재 “미국 관세 충격 대비, 정책 여력 제한적… 경제는 위기 아냐”

박문선 2025-05-12 14:14:48

태국 중앙은행 총재 “미국 관세 충격 대비, 정책 여력 제한적… 경제는 위기 아냐”
사진: 태국 방콕 차오프라야 강변의 방콕 항구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태국 중앙은행(Bank of Thailand, BOT)의 세타풋 수티와르트나루에풋 총재는 10일, 미국이 부과할 가능성이 있는 고율 관세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비해 재정 및 통화 정책의 여유가 제한적이라고 밝히면서도, 태국 경제가 당장 위기에 직면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가올 경제적 충격을 ‘폭풍’에 비유하며 4분기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이후 강화된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태국 경제가 겪을 압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오는 7월, 세계무역기구(WTO)가 설정한 무역 금지 조치의 유예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미국과 관세 감면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태국산 주요 수출품에 대해 최대 36%의 고율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세타풋 총재는 “통화 정책이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전망이 변하면 금리 조정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그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BOT는 지난 4월,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하며 2년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는 최근 2년 내 최저 수준이다.

태국 재무부는 이러한 여건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과 관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간 무역 갈등의 여파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세타풋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폭풍이 다가오고 있으며, 4분기부터 그 여파를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그 영향은 일시적이지 않고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가 바닥을 찍는 시점은 4분기 이후가 될 것이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2024년 기준 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전체 수출의 약 18.3%에 해당하는 549억 6,000만 달러를 차지한다. 반면, 미국이 추산한 태국과의 무역 적자는 456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이 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태국 제조업계에 직접적이고 구조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타풋 총재는 “관세는 제조업 부문에 즉각적이고도 광범위한 타격을 줄 수 있지만, 팬데믹 당시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지원 대책은 타깃화되고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신속히 진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입 ‘쇄도(flooding)’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무역 회피를 위한 우회 수출이 늘어날 경우, 섬유 등 태국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약 14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신속히 집행해 경제를 떠받치겠다는 입장이지만, 세타풋 총재는 과도한 재정 확장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입이 급증해 소비가 늘어나면, 그것은 결국 다른 나라 경제를 부양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바트화의 최근 움직임이 시장 원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과도한 변동성만을 조절하는 선에서 개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타풋 총재는 오는 9월 임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며, 법정 정년에 따라 연임은 불가능하다. 차기 총재 선임을 위한 선정위원회는 오는 7월 2일까지 후임 후보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세타풋 총재는 “후임자는 단기 대응을 넘어서, 태국 경제의 장기적 구조 개혁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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