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제가 2025년 1분기에 전년 대비 4.4% 성장하며 다소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2024년 4분기의 수정 성장률인 4.9%보다 낮은 수치이며, 로이터가 조사한 민간 경제학자들의 평균 전망치(4.5%)에도 미치지 못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이 같은 둔화의 원인으로 대외 무역 긴장과 수출 불확실성, 투자 위축을 지목하며, 향후 성장 전망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Bank Negara Malaysia, BNM)은 1분기 성장에 대해 “긍정적인 노동시장 여건과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가계 소비와 투자가 꾸준히 증가했고, 수출도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석유 및 가스 생산 감소와 자동차 산업의 정상화 과정이 전체 성장률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분기 대비 성장 반등에도 불안한 전망
계절조정 기준으로 2025년 1분기 GDP는 전분기의 0.2% 감소에서 0.7% 증가로 반등했지만,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압둘 라시드 가푸르(Abdul Rasheed Ghaffour)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성장 전망의 위험 균형은 하방으로 기울고 있다”며, “무역 제한 조치가 장기화되면 주요 수출국의 성장 둔화로 인해 국내 소비 및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4.5%~5.5%의 범위보다 다소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새로운 성장률 전망은 6월 또는 7월 중 공식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관세 유예에도 구조적 부담은 지속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총리는 이달 초 미국이 일부 관세 부과를 7월까지 유예함으로써 단기적인 충격은 완화되었다고 평가했지만, 말레이시아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오는 7월부터 최대 24%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여전하다.
중앙은행은 이와 관련해 “일부 기업들은 관세 부과를 앞두고 선제적 투자 및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1분기 성장에 일시적인 기여를 했다”며, “특히 말레이시아의 주력 수출품목인 전기·전자 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는 동결…그러나 금리 인하 압력은 커져
중앙은행은 지난주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으나,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아시아 수석 경제학자인 개러스 레더(Gareth Leather)는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경우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며, “올해 중으로 기준금리를 두 차례, 각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동시에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5월 16일부터 은행들의 법정지급준비율(SRR)을 100베이시스포인트 인하해 1.00%로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업 대출과 투자 활동을 보다 원활하게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인플레이션 안정세…물가 압력은 제한적
물가 상승률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기본 인플레이션은 평균 1.5%, 핵심 인플레이션은 1.9%로 집계됐다.
중앙은행은 “글로벌 공급망 개선과 소비 수요의 과열이 없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은 제한적”이라며, 올해 전체적으로 기본 인플레이션율이 3%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앙은행은 2025년 연간 기준으로 기본 인플레이션율을 2.0%~3.5%, 핵심 인플레이션율을 1.5%~2.5%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조만간 보다 구체적인 물가 예측치와 함께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무역 회복의 긍정 신호
한편, 2025년 1분기 경상수지는 167억 링깃(약 39억 2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2024년 4분기(129억 링깃)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글로벌 수요 회복과 특정 수출 품목의 호조 덕분으로 분석된다. 특히 반도체, 전자부품 및 정제석유 제품 등 고부가가치 품목의 수출 회복이 경상수지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신중
최근 외환시장에서 말레이시아 링깃의 약세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앙은행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외환 개입 가능성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압둘 라시드 총재는 “링깃의 가치는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중앙은행은 외국인 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전반적인 시장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1분기 성장률 발표와 함께 말레이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은 지속적인 거시경제 안정과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해 조세정책, 금융안정 정책 등 다각도의 대응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대외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향후 몇 분기 동안의 정책 대응과 글로벌 경제 흐름에 대한 민감한 주시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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