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채널

[심층-관세전쟁] 美 관세 압박 속 ASEAN ‘단일대오’ 모색

이찬건 2026-02-26 05:52:52

[심층-관세전쟁] 美 관세 압박 속 ASEAN ‘단일대오’ 모색
eyeASIA

미국의 고율 관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공동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개별 국가 차원의 대응에 무게를 두던 기조에서 벗어나, 역내 차원의 외교·통상 공조 필요성이 본격 제기되는 분위기다.

최근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의 일방적 관세 조치가 역내 경제에 복합적 충격을 주고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의장국은 미국 측에 관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대화 필요성을 전달하며 공식 협의 채널 가동을 촉구했다. 회의 문안에는 “일방적 조치가 다자무역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외교 장관급 회의에서도 공조 논의는 이어졌다. 아세안 경제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자유무역 원칙과 예측 가능한 통상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필요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무대에서 공동 입장을 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동시에 일부 국가는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병행하며 자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완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심층-관세전쟁] 美 관세 압박 속 ASEAN ‘단일대오’ 모색
동남아시아 지역 경제성장률(2022~2024)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체제 유지를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 미·중 통상 갈등과 주요국의 보호무역 강화 흐름 속에서도 특정 진영에 치우치기보다는 규범 기반의 무역 질서를 강조하며 ‘중립적 균형자’ 역할을 자임해 왔다는 평가다.

특히 분쟁해결제도 복원, 개발도상국에 대한 특별·차등대우(S&D) 유지, 무역원활화협정(TFA) 이행 등에서 공동의 이해를 형성하며 집단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역내 경제 구조상 예측 가능한 통상 환경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동시에 ASEAN 내부에서는 디지털 무역과 환경 통상 등 새로운 의제를 둘러싼 역량 차이도 드러난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은 전자상거래 협상과 서비스 규범 논의에 적극 참여하며 선도적 입장을 보이는 반면, 최빈개도국(LDC)을 포함한 일부 회원국은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와 유연성 확보에 무게를 둔다.

미국 압박 속에 ASEAN, 집단 대응 카드 꺼내나

최근에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 규범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논의도 확대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통의 이해와 내부 격차를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 향후 ASEAN의 WTO 전략에서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고율 관세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만큼 공동 대응에 적극적인 반면, 경제 구조가 비교적 다변화된 국가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세안은 단일한 보복 조치보다는 공동 메시지와 원칙을 공유하되, 세부 대응은 각국이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한 관세 대응을 넘어 역내 통합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얀트 메논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역내 가치사슬을 강화하고, 무역·투자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장기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발 통상 압박이 아세안의 집단적 외교 역량을 시험하는 동시에, 경제 공동체로서의 결속을 재확인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층-관세전쟁] 美 관세 압박 속 ASEAN ‘단일대오’ 모색
Copyright ⓒ 국제통상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