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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통상 ISSUE] 호르무즈 리스크, 해운비 급등에 글로벌 통상 흔든다

이찬건 2026-03-04 04:56:19

[심층-통상 ISSUE] 호르무즈 리스크, 해운비 급등에 글로벌 통상 흔든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이른바 ‘호르무즈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불확실성이 커지자, 에너지 운송비와 해상 보험료가 동반 급등하고 있다. 일부 대형 유조선(VLCC) 운임은 단기간에 급등했고, LNG 운임도 큰 폭으로 상승하며 에너지 수입 비용 전반을 자극하는 양상이다.

국제 해운사들은 중동 항로의 운항을 축소하거나 예약을 제한하고 있다. 선박 가용성이 줄어들면서 특정 노선의 운임 상승 압력이 확대됐고, 위험 지역을 통과하는 화물에는 ‘긴급 할증료(Emergency Conflict Surcharge)’가 붙기 시작했다. 전쟁위험 할증보험료까지 오르면서, 해상 물류 비용은 사실상 이중·삼중으로 상승하는 구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란이 해협 통항 제한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코스피는 하루에 약 7% 이상 급락하며 장중 낙폭을 키웠고,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순매도가 지수 하락을 가속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빠르게 위축시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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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폭은 대형 수출주에서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약 10% 안팎, 11% 이상 하락했고, 현대차와 기아도 11%대 급락세를 보이며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유가 상승 수혜 기대가 반영된 정유·에너지주와 방산·해운 관련 종목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업종 간 극심한 차별화가 나타났다. 시장은 유가와 환율 흐름, 중동 정세의 확산 여부를 주시하며 당분간 방어적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장은 에너지에만 그치지 않는다. 운임 상승은 석유화학 원료와 중간재 수입 단가를 끌어올려 제조업 원가 부담을 높인다. 동시에 컨테이너 운임 변동성 확대로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도 압박받는다. 물류비 상승은 관세 인상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사실상의 비관세 장벽’으로 작동해 교역 비용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충격을 넘어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해협 통항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항로 다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리스크’는 유가 변동을 넘어 해운·보험·무역 전반을 흔드는 복합 통상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심층-통상 ISSUE] 호르무즈 리스크, 해운비 급등에 글로벌 통상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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