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해상 물류 불안이 원유 시장을 넘어 아프리카 식량 수급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번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비료와 비료 원료의 해상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농업 생산 기반이 취약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식량 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비료 부족을 심화시켜 다음 수확기 작황과 식량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은 에너지뿐 아니라 요소, 암모니아, 황 등 비료 원료와 완제품이 오가는 핵심 통로다. 특히 질소비료와 인산비료는 곡물 생산량을 좌우하는 주요 농업 투입재로 꼽힌다. 이 통로가 막히거나 운송 비용이 급등할 경우 비료 가격 상승은 곧바로 농가의 생산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아프리카의 취약성은 수입 의존 구조에서 비롯된다. 다수 국가는 자체 비료 생산 기반이 약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외부 시장에서 비료를 조달해 왔다. 특히 동아프리카와 인도양 연안 국가들은 걸프 지역에서 들어오는 질소계 비료 의존도가 높다. 비료 공급이 지연되면 파종기와 생육기에 맞춰 투입해야 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이는 곡물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비료난이 단순한 농자재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농가는 이미 높은 연료비와 물류비, 환율 부담을 동시에 겪고 있다. 여기에 비료 가격까지 오르면 소규모 농가는 사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비료 투입량 감소는 옥수수, 밀, 쌀, 수수 등 주요 식량작물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떨어뜨리고, 몇 달 뒤 시장에서는 식량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사헬 지역과 아프리카의 뿔, 수단·소말리아·에티오피아 등 분쟁과 가뭄을 동시에 겪는 국가는 충격이 더 크다. 이들 지역은 식량 재고가 충분하지 않고, 국제 원조와 수입 곡물 의존도도 높다. 비료 부족으로 국내 생산이 줄고 국제 곡물가격까지 오르면 정부의 식량 수입 비용이 확대되고, 저소득층의 식량 접근성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통상 측면에서도 부담은 커진다. 비료 수입 단가 상승은 외화 지출 증가로 이어지고, 식량 수입 확대는 무역수지 악화를 부를 수 있다. 재정 여력이 약한 국가는 보조금 확대나 긴급 수입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 충격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가될 가능성도 높다. 이는 도시 지역 생활물가 상승과 농촌 생산 기반 약화를 동시에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아프리카 농업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아데바요 올루세군 서아프리통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호르무즈발) 물류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아프리카의 비료난은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식량안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비료 확보와 취약계층 식량 지원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비료 생산 확대, 항만·철도 물류 개선, 농업 투입재 공동 구매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르무즈발 비료난에 아프리카 식량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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