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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ASEAN 트레이드] 미국, 베트남 지재권 조사 착수…위조품·온라인 불법복제 정조준

박문선 2026-06-01 12:20:33

[기획-ASEAN 트레이드] 미국, 베트남 지재권 조사 착수…위조품·온라인 불법복제 정조준

미국이 베트남의 지식재산권 보호 관행을 정면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미 무역대표부는 5월 29일 베트남의 지식재산권 보호와 집행 실태에 대해 통상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이 미·중 갈등 이후 중국을 대체할 핵심 생산기지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이 지식재산권 문제를 새로운 통상 압박 카드로 꺼내 든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말 발표된 2026년 스페셜 301 보고서에서 베트남이 ‘우선대상국’으로 지정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우선대상국은 지식재산권 관련 제도와 관행이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국가에 부여되는 지위다. 미국은 베트남이 오랜 기간 지식재산권 보호와 집행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미국의 혁신기업과 콘텐츠 기업, 브랜드 보유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이 가장 먼저 문제 삼은 부분은 온라인 불법복제다. 미 무역대표부는 베트남이 전 세계 온라인 저작권 침해의 주요 근거지로 남아 있으며, 영화와 방송 콘텐츠를 불법 제공하는 사이트와 서비스가 베트남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폐쇄된 불법 동영상 호스팅 사이트를 대체한 도메인이 다시 등장하는 등 단속 이후에도 유사 서비스가 반복적으로 생겨나는 구조를 문제로 봤다. 이는 단순한 저작권 침해를 넘어 미국 영상·음악·게임 산업의 해외 매출을 잠식하는 통상 장벽으로 해석된다.

위조품 유통도 핵심 쟁점이다. 미국은 베트남 내 오프라인 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표권 침해 제품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음에도 단속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행정 단속 중심의 대응이 반복되면서 실제 억지력이 약하고, 민사·형사 절차로 이어지는 사례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위조 의류, 소비재, 전자제품, 브랜드 상품 유통은 미국 기업의 매출 손실뿐 아니라 정품 공급망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획-ASEAN 트레이드] 미국, 베트남 지재권 조사 착수…위조품·온라인 불법복제 정조준
미국-베트남 교역량(단위: 백만 달러)

국경 집행의 미흡함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은 베트남 세관이 지식재산권 침해 의심 물품을 직권으로 보류하거나 압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과화물에 대한 집행 권한도 충분하지 않아 베트남이 위조품의 생산지뿐 아니라 역내 유통 경유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허가 소프트웨어 사용 문제 역시 미국이 집중하는 대목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의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허브로 평가받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단속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 측 판단이다. 이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매출 손실뿐 아니라, 베트남 내 디지털 산업의 신뢰도와 사이버 보안 리스크로도 연결될 수 있다.

케이블·위성방송 신호 도용에 대한 형사처벌 체계 미비도 조사 대상이다. 베트남은 관련 법을 일부 개정했지만, 미국은 무단 신호 해독이나 케이블 신호 도용에 대해 실효성 있는 형사처벌 규정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콘텐츠 유통이 디지털·방송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법적 공백은 미국 미디어 기업의 시장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베트남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301조 조사가 베트남뿐 아니라 동남아지역의 대미 무역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응우옌 민 카이 하노이국제통상연구소 연구위원은 "베트남으로서는 중국 대체 생산기지라는 전략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집행 강화와 미국과의 협의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베트남이) 미국 통상정책의 직접 관리 대상으로 지목된 점은, 아시아 생산기지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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