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전 세계 주요국의 제조업 활동이 일제히 둔화되며 경기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의 성장 둔화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중국 내수 침체가 겹치면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로존 PMI, 다시 위축 국면
S&P 글로벌이 집계한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HCOB)는 8월 50.7에서 9월 49.8로 떨어졌다. 이는 2022년 중반 이후 처음으로 50선을 넘겼다가 다시 하락한 수치다. 신규 주문 감소 속도는 6개월 만에 가장 빨랐으며, 특히 수출 부문이 부진했다.
함부르크 상업은행의 사이러스 드 라 루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재, 자본재, 중간재 모두에서 약세가 두드러졌다”며 “유로존 산업 회복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국가별로는 네덜란드가 3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견인했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둔화세를 피하지 못했다. 그리스·아일랜드·스페인 등은 소폭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영국·아시아 제조업도 부진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수요 부진과 수출 주문 감소로 제조업 활동이 5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위축됐다. 이는 최근 공식 지표보다도 더 어두운 신호다.
아시아 지역도 전반적인 부진을 보였다. 일본의 9월 PMI는 48.5로,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대만도 46.8로 내려앉으며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역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은 공식 조사에서 6개월 연속 제조업 위축이 확인됐다. 코로나19 이후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 압박이 공장 가동률을 크게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만 반짝 회복…그러나 불확실성 지속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서는 한국만 예외적으로 확장세를 보였다. 한국의 9월 제조업 PMI는 50.7로 8개월 만에 처음 50선을 웃돌았다. 해외 수요 개선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협상은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자동차 등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이었으나, 환율 문제에서 이견이 발생해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인도, 징벌적 관세 타격
아시아 3위 경제 대국 인도의 제조업 확장세도 약화됐다. PMI는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워싱턴이 인도산 상품에 부과한 50% 관세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아시아 중앙은행 완화 기조 불가피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시반 탄돈 신흥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대부분의 PMI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단기적 회복은 쉽지 않다”며 “성장 둔화와 낮은 인플레이션 전망을 고려할 때,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통화 완화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관세·수요 둔화, 글로벌 경기 발목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세계 무역 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물론 인도, 한국, 유럽까지 주요 수출국이 고율 관세 압박을 받으면서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제조업 PMI가 일제히 위축세를 보인 이번 9월은, 글로벌 경기 회복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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