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베트남 간 경제 경쟁이 동남아시아 공급망 재편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에는 역내 교역 파트너 관계에 가까웠지만, 최근 글로벌 제조업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양국이 아세안 생산거점 주도권을 놓고 정면 경쟁하는 구도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5 세계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는 전년 대비 5계단 하락한 세계 30위를 기록했다.
정부 효율성과 인프라, 노동생산성 부문 약세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베트남은 IMD 평가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수혜국으로 급부상하며 ‘아세안 경제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기획-ASEAN 트레이드] 태국·베트남, 아세안 생산거점 주도권 경쟁 본격화](https://img.intrad.co.kr/resources/2026/05/28/tjhVkb1kpc5cwOW9BArExCo8O9BKHw23ybq5KtH2.png)
태국, 물류 인프라 강점에도 행정 효율성 과제
현재 태국은 여전히 동남아 최고 수준의 물류·교통 인프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태국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C)의 ‘2024 물류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의 물류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3.5%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도로망과 민관협력(PPP) 투자 역량,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 허브 기능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행정 절차 지연과 관료주의, 인공지능(AI) 기술 투자 격차 등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 추진 속도가 늦어지는 점이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다.![[기획-ASEAN 트레이드] 태국·베트남, 아세안 생산거점 주도권 경쟁 본격화](https://img.intrad.co.kr/resources/2026/05/28/lX0OMKmp1cQkcUgFEO1Pmr9mpXSjpGaVojJYaTWt.png)
베트남, 인프라 투자·젊은 노동력 앞세워 제조업 흡수
반면 베트남은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2030~2050 교통 전략’에 따르면 고속도로 총연장은 2010년 89㎞에서 2025년 3,000㎞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2030년까지 5,000㎞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총사업비 673억달러 규모의 남북 고속철도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하노이와 호찌민시를 연결하는 1541㎞ 구간으로, 중국 남부 공급망과 베트남 제조업 벨트를 연결하는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태국 역시 약 1조바트 규모의 ‘랜드 브리지’ 프로젝트를 통해 춤폰과 라농을 연결,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물류 허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사업 추진 속도와 정책 일관성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노동시장 구조 역시 양국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베트남은 1억명 이상의 인구와 평균 연령 30세의 젊은 노동력을 기반으로 제조업 투자 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월 최저임금도 200~350달러 수준으로 태국의 300~500달러보다 낮다. 반면 태국은 고령화 진입과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기업 투자 흐름, 베트남 생산기지 확대에 무게
부패인식지수(CPI)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25 부패인식지수’에서 베트남은 반부패 정책 효과에 힘입어 41점으로 세계 81위를 기록했다. 반면 태국은 33점으로 116위까지 밀렸다. 태국 상공회의소·산업연맹·은행협회(JSCCIB) 조사에서는 현지 기업의 89.1%가 부패를 투자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흐름도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하노이에 2억 2,000만달러 규모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했고, LG전자는 TV 생산기지 일부를 태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애플 협력업체와 LG 계열사들도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듀얼 마켓’ 전략으로 해석한다. 태국은 경영·연구개발 중심지 역할을 맡고, 베트남은 저비용 대량생산 기지로 기능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향후 태국과 베트남의 경쟁이 단순한 생산비 절감을 넘어, ‘차세대 아세안 경제 중심국’ 지위를 둘러싼 구조적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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