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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글로벌푸드체인] 기상이변·전쟁 겹치며 세계 식량가격 4년 만에 최고 수준

기상이변과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서 세계 식량가격이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세계 곡물 생산량 자체는 비교적 충분하지만 주요 산지의 작황 악화와 흑해·중동 지역의 물류 차질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찬건
입력 2026.09.07 17:05
하파크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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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과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서 세계 식량가격이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세계 곡물 생산량 자체는 비교적 충분하지만 주요 산지의 작황 악화와 흑해·중동 지역의 물류 차질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6년 8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3.3으로 전월보다 1.9%,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올랐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는 16.8% 낮다.

FAO 식량가격지수는 곡물과 식물성 기름, 육류, 유제품, 설탕 등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주요 식품 원자재의 가격 변화를 나타낸다. 8월에는 5개 품목군의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설탕 11.9% 급등…곡물 가격도 상승

품목별로는 설탕 가격이 한 달 사이 11.9% 뛰며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의 고온·건조한 날씨로 사탕무 수확량 전망이 낮아진 데다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생산 감소, 엘니뇨에 따른 아시아 주요 생산국의 작황 악화 우려가 동시에 반영됐다. 인도의 원당 무관세 수입 발표도 국제시장의 공급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곡물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2% 올라 2024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국제 밀 가격은 한 달 전보다 2.6%, 전년 동월보다 15% 상승했다. 유럽의 폭염과 가뭄으로 생산 전망이 나빠진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 수출 차질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옥수수 가격도 2.5% 올랐다. 유럽연합과 미국 콘벨트 일부 지역의 수확량 감소 우려에 사료·에탄올 수요 증가가 겹쳤다. 우크라이나 수출 차질과 중동 분쟁에 따른 비료 등 농업 투입재 공급 불안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밖에 유제품은 2.3%, 육류는 1.0%, 식물성 기름은 0.6% 상승했다. 유럽의 폭염이 젖소의 원유 생산과 돼지의 성장 속도를 떨어뜨렸고, 동남아시아에서는 엘니뇨가 팜유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생산량은 충분하지만 공급망이 문제

현재 상황을 세계적인 식량 부족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FAO는 올해 세계 곡물 생산량을 29억8,000만 톤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2.0% 감소하지만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2026∼2027년 세계 곡물 소비량은 29억6,500만 톤, 기말 재고는 9억4,720만 톤으로 예상된다. 재고율도 31.6%로 역사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식량이 생산되는 장소와 실제 필요한 시장 사이의 연결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곡물 재고가 쌓이더라도 흑해 운송이 제한되면 수입국이 이용할 수 있는 공급량은 줄어든다. 여기에 기상이변과 전쟁 위험이 더해지면서 시장이 미래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가격에 미리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상승은 절대적인 생산 부족보다 ‘위험 프리미엄의 복귀’라는 성격이 강하다. 향후 흑해 항로의 불안이 장기화하거나 엘니뇨가 아시아 농산물 생산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면 실제 공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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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공식품·축산물 가격 부담 커질 수도

곡물과 유지류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밀과 설탕 가격 상승은 제분·제당·제과·제빵·음료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옥수수와 대두박 가격이 오르면 사료비를 거쳐 육류와 달걀, 유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FAO 지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을 나타내는 만큼 국내 소비자가격이 즉시 같은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국내 업체의 재고와 장기 공급계약, 원화 환율, 해상운임, 정부의 할당관세와 비축물량 운용 등에 따라 통상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특히 국제가격 상승과 원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면 국내 수입단가의 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앞으로는 세계 생산량보다 유럽과 미국의 실제 수확 결과, 엘니뇨의 강도, 흑해 곡물 수출과 중동 지역의 비료·물류 흐름이 식량가격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찬건
국제통상신문 · 원자재 무역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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