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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메르코스코프] MENA, 스테이블코인 허브로 부상…UAE·바레인 선도, 아프리카 확산

이한재 2025-08-16 08:10:26

규제 프레임워크·실사용 확대…송금·무역 결제 혁신 가속
[기획-메르코스코프] MENA, 스테이블코인 허브로 부상…UAE·바레인 선도, 아프리카 확산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이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발행과 규제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규제 논의에 시간을 소요하는 사이, 걸프 국가들은 법적 틀과 금융 인프라를 속도감 있게 구축하며 송금·무역·투자 전반에서 활용을 확산시키고 있다.

바레인, GCC 최초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틀 마련

바레인은 2025년 7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중 처음으로 Stablecoin Issuance and Offering(SIO)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했다. 중앙은행(Central Bank of Bahrain)이 발행자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준비금 유지·환매 보장·독립 감사·사이버보안 요건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법안은 달러·바레인 디나르 등 법정화폐 연동형(Fiat-backed) 스테이블코인만 허용하며, 변동성 위험이 큰 알고리즘형은 금지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명확성이 투자 유치와 금융기관 참여를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UAE, ‘디르함 연동’ 상용화 단계 진입

아랍에미리트(UAE)는 중앙은행(CBUAE)이 2024년 결재토큰서비스계획(Payment Token Services Regulation)을 발표하며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 같은 해 말에는 AE Coin이 CBUAE의 승인을 받아 디르함(AED)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공식 발행됐다.
이어 2025년 초에는 아부다비 국부펀드 ADQ, IHC, 퍼스트 아부다비 은행(FAB)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또 다른 디르함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 산하 규제기관 DFSA는 서클(Circle)의 USDC와 EURC를 ‘공식 승인 암호토큰’으로 등록했다.

민간 부문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2024년 8월,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는 UAE 디르함 연동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선언하고 현지 기업 피닉스그룹(Phoenix Group), 그린에이콘투자사(Green Acorn Investment)등 협력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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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거래에 스테이블코인 활용 가속

UAE는 투자 분야에서도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3월, 아부다비의 투자회사 MGX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에 2억 달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투자했다. 두 달 뒤에는 이 투자에 사용된 스테이블코인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연관된 USD1임이 확인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거래 수단을 넘어 대규모 투자, 해외 기업 지분 매입, 벤처 캐피탈 자금 집행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송금·무역에서의 파급효과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MENA 지역의 가상자산 거래량은 전 세계의 약 7.5%를 차지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UAE 등은 탈중앙금융(DeFi) 채택률이 높고, 지역 내 암호화폐 거래의 약 52%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송금·무역 거래에서 수수료 절감과 결제 속도 향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걸프국 기업들은 원유·가스, 귀금속, 전자제품 수출입 대금 일부를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결제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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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인프라 ‘투트랙’ 전략

UAE와 바레인은 규제 명확성과 금융 인프라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발행사 라이선스 제도, 준비금 실사, AML/KYC 의무를 강화해 신뢰성을 높인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블록체인 결제망 연동, 금융기관 API 표준화 등과 결합해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범용성을 넓힌다.

이러한 전략은 투자자 보호와 금융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도로 평가된다. 국제 금융전문가들은 “MENA 지역의 접근법은 서구권의 과도한 규제 불확실성과 신흥국의 인프라 부재 문제를 동시에 극복하는 모델”이라고 분석한다.

글로벌 금융 허브 도약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MENA 지역의 비중이 향후 5년간 두 자릿수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UAE는 글로벌 암호화폐·웹3 기업 본사의 아시아·아프리카 거점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과제는 △다국적 기업 간 결제 표준화 △국제 규제 협력 강화 △사이버보안 위협 대응이다. 하지만 명확한 규제와 국가 차원의 인프라 투자라는 기반 덕분에, MENA의 스테이블코인 허브 전략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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