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ICC) 판사와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의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당시 시작한 대(對)ICC 제재 정책을 확장하는 것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전쟁범죄 수사에 대한 강경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ICC는 국가 안보 위협" 규정
미국 국무부는 21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ICC 판사 2명과 검사 2명을 추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들 네 명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하거나 관련 영장을 발부하는 과정에 직접 관여한 인물들이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ICC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주권을 위협하는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해당 법원 관계자들은 두 나라의 동의 없이 미국인 또는 이스라엘 국민을 수사·체포·구금·기소하려 한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재로 인해 ICC 관계자들은 미국 내 자산이 사실상 동결되며, 미국 입국도 금지된다.
트럼프 행정부, 첫 임기 정책 재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첫 임기에서 이어진 정책의 연장선이다. 지난 2020년 ICC 항소심 재판부가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탈레반, 아프간 정부군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승인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제재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특히 캐나다 출신 판사 킴벌리 프로스트는 당시 아프가니스탄 수사 승인 판결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미국이 ICC의 독립적 사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다.
이스라엘 전쟁범죄 수사 정면 반발
최근 갈등의 불씨는 ICC가 2024년 이스라엘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면서 커졌다. ICC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이 가자지구 전쟁 과정에서 기아를 무기화하는 등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ICC는 이스라엘 군에 의해 사망한 하마스 고위 인사 3명과 관련해 별도의 체포영장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강력 반발하며 법원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제재 대상자 중 한 명인 프랑스 판사 니콜라 얀 기유는 이스라엘 지도자 영장을 승인한 재판부를 주재했으며, ICC 차장검사 나자트 샤밈 칸과 마메 만디아예 니앙 역시 이스라엘 관련 수사를 주도한 인물로 지목됐다.
ICC "노골적 공격…임무 지속" 반발
ICC는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의 조치를 “공정한 국제 사법기관에 대한 노골적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법원 측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임무를 지속할 것이며, 국제법에 따른 수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입하지 않은 로마 규정을 근거로 수사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미 조약을 비준했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ICC의 사법 관할이 미친다는 입장이다.
ICC를 둘러싼 미국 내 법적 공방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두 명의 미국 인권 변호사가 트럼프 행정부가 ICC 활동을 방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7월, 메인주 연방 판사는 “표적 제재 제도가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를 침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원고 측에 유리한 가처분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오는 9월 4일까지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
가자 전쟁 압박 속 긴장 고조
이스라엘군이 가자시로 진격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내부와 국제 사회에서는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제재 발표는 오히려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며, 국제법과 주권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국제사회의 법치주의와 인권 규범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주권 국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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