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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스타벅스 핵심 공급업체, 트럼프 고율 관세 직격탄…생산기지 이전 검토까지

박문선 2025-09-02 16:14:45

스위스 스타벅스 핵심 공급업체, 트럼프 고율 관세 직격탄…생산기지 이전 검토까지
사진: 스위스 제조업체 Thermoplan의 공장에서 직원이 스타벅스를 위해 전자동 커피 머신을 조립하고 있다 / 출처: 로이터

알프스 호수 마을에서 출발해 글로벌 커피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한 스위스 기업 Thermoplan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에 휘말리며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스타벅스의 주요 에스프레소 머신 공급업체로 알려진 이 회사는 미국의 39% 관세 부과로 인해 하루 최대 20만 스위스프랑(약 2억 6천만 원)의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타벅스와 함께 성장한 스위스 중견기업

1974년 알프스 호숫가 소도시 베기스(Weggis)에서 설립된 Thermoplan은 원래 가족 중심의 소규모 기업이었지만, 이후 스타벅스와의 협력을 계기로 급성장했다. 현재 약 5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98%를 해외 시장에서 거둬들인다. 그중에서도 스타벅스의 비중은 약 32%에 달해, 이번 관세 충격은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회사 존립 자체를 흔드는 사태로 평가된다.

“매일 수억 원 손실” — CEO의 비상 경고

Thermoplan 최고경영자 아드리안 슈타이너(Adrian Steiner)는 “이번 관세는 단순히 수익을 깎아내리는 수준이 아니라, 회사의 경쟁력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독일이나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선택지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는 스위스 제조업체들이 자국 내 고임금·고비용 구조를 감수하면서도 글로벌 품질 신뢰를 기반으로 수출을 이어온 전통적인 전략에서 벗어나야 함을 시사한다.

스위스 경제 전체로 번지는 파장

문제는 Thermoplan 한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위스 기계·엔지니어링 분야 전체 수출의 약 7분의 1이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장기화는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단체들은 2026년 말까지 최대 3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스위스는 고부가가치 정밀 기계와 장비를 중심으로 수출 기반을 다져온 나라다. 따라서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상실은 단순한 무역 적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국가 경제 성장률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세 완화 협상 돌입

스위스 연방 정부는 미국 측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 완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상호주의 관세’ 원칙에 근거해 추진되는 만큼, 당장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스위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고용과 수출 기반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의 대화는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미국 내 정치적 환경 변수가 큰 만큼, 장기적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 증폭

이번 사태는 다국적 기업 간 공급망에도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매장에서 Thermoplan의 커피 머신을 사용하고 있지만, 관세 인상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슈타이너 CEO는 “만약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관세 조치를 따른다면, 글로벌 무역 질서 자체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무역 규범과 자유무역 체제 전반의 안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중견 제조업체인 Thermoplan이 직면한 이번 위기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중소 수출국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관세 협상 결과 △생산기지 이전 여부 △스타벅스를 비롯한 글로벌 고객사와의 계약 재협상 등이다.

스위스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수출 다변화와 생산 전략 재편에 성공할지, 아니면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한계에 갇혀 어려움을 겪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대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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