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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터리 대기업, 해외 수출 220% 급증…과잉 생산 위기 넘어 ‘글로벌 확장’ 가속

박문선 2025-10-21 10:58:17

- 中, 과잉공급 위기 딛고 에너지 저장 시장 중심국 부상
중국 배터리 대기업, 해외 수출 220% 급증…과잉 생산 위기 넘어 ‘글로벌 확장’ 가속

2025년 상반기, 중국 배터리 산업이 전 세계 에너지 저장 시장에서 전례 없는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과잉 생산으로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하락하며 위기를 겪었던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올해 상반기 해외 수주량을 대폭 확대하며 수출을 본격 재개한 가운데, 관련 업계는 미·중 갈등 속에서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에너지저장연합(China Energy Storage Alliance)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확보한 해외 주문은 총 186GWh에 달하는 약 200건으로,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20% 이상 급증했다. 이 가운데 중동, 유럽, 호주 등지에서의 수주 비중이 전체의 60%를 차지했으며, 미국 시장 비중은 3% 미만에 그쳤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 및 각종 수입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생산 기지를 집중 배치하고 있다. 이는 미·중 간 통상 마찰을 피해 현지 생산 체계를 통해 관세를 회피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4월 미국 상무부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서 제조된 태양광 제품에 대해 최고 3,521%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빠르게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진코솔라(Jinko Solar), 트리나솔라(Trina Solar) 등은 동남아에 공장 설비를 확충하고, 현지화를 통한 수출 지속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중국 태양광 제조사들의 해외 생산능력 중 80%가 동남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리나솔라의 가오지판(高纪凡) 회장은 최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 수출 방식으로는 장기 생존이 어렵다”며 “생산의 글로벌 분산과 현지화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 역시 배터리 산업 회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2027년까지 180GW 규모의 신규 에너지 저장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총 2,500억 위안(약 320억 달러)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상장 에너지 저장 기업 55개사 중 47개사가 올해 상반기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imited)은 올해 상반기 매출 1,788억 8,600만 위안(약 251억 달러), 순이익 304억 8,5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CATL 측은 “청정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부문에서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맥켄지(Wood Mackenzie)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4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저장 장치 분야에 약 1조 2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투자는 약 5,900GW에 달하는 신규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용량 확보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전력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첨단 배터리 기술의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내 유틸리티 규모 에너지 저장 설비는 2020년 이후 15배 이상 확대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저장 용량은 약 30,000MW 수준이며, 이 중 캘리포니아가 전체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또, 19개 주에서 100MW 이상의 대형 저장 장치를 운용 중이다.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 확대와 더불어 가격 경쟁력도 크게 향상됐다. 금융 컨설팅사 라자드(Lazard)가 발표한 2025년 에너지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결합형 태양광 발전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은 MWh당 50~131달러로, 이는 신규 천연가스 발전(47~170달러), 석탄화력 발전(114달러) 대비 경쟁력이 있는 수준이다.

배터리 가격 하락은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3년간 글로벌 배터리 단가는 평균 40% 하락했으며, 에너지 밀도 향상과 함께 설비 효율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의 에너지 저장 설비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은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다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통상 규제는 여전히 주요 리스크로 남아 있다. 유럽연합은 중국산 배터리 및 태양광 제품에 대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적용할 계획이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한 공급망 제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제조사들의 동남아 우회 수출 전략이 향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월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중국은 개방형 경제를 유지하며, 세계 각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무역 제한 조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한편, 국제 무역 전문가들은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공급 체인이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며 “각국의 통상 정책 변화에 따른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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