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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ASEAN 트레이드] 방글라 수출, 말레이시아 관세 장벽에 막혀

이찬건 2025-09-22 12:28:43

말레이 시장, 고율 관세 장벽 여전
교역수지 20억 달러 격차…방글라데시 불리
할랄 박람회서 가능성 확인
FTA 협상 본격화, 협력 확대 기대
[기획-ASEAN 트레이드] 방글라 수출, 말레이시아 관세 장벽에 막혀
HMM

외교적·경제적 협력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수출업체들은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역내 경쟁국들이 양자 협정을 통해 무관세 또는 저관세 혜택을 누리는 것과 달리, 방글라데시 제품은 최대 30%에 달하는 수입세를 적용받는다.

가공식품, 농가공품, 소비재 등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분야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플라스틱·전자제품은 최대 30%, 주스·과자류는 20%, 비스킷은 8%의 관세를 부담한다.

모샤맛 샤나라 모니카 주말레이 방글라데시 부고등판무관은 “잠재력은 크지만 관세 완화와 규제 간소화 없이는 경쟁이 어렵다”며 “수출 다변화와 제품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획-ASEAN 트레이드] 방글라 수출, 말레이시아 관세 장벽에 막혀
말레이시아의 방글라데시 상품 관세율(%)

교역 불균형 심화

방글라데시수출진흥국(EPB)에 따르면 양국 교역수지는 20억 달러 이상 말레이시아에 유리하게 기울어 있다.

방글라데시의 대말레이시아 수출은 연간 2억~2억5천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입은 25억 달러를 넘어선다. 수출 품목은 주로 의류·니트웨어와 일부 식품에 한정돼 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전자제품, 비료, 기계류, 소비재 등 다양한 품목을 수출한다.

프란-RFL 그룹의 아산 칸 초우두리 회장은 “말레이시아와 아세안 시장은 소득 증가와 할랄 식품 수요 확대로 거대한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다”며 “FTA 체결과 물류 인프라 개선 없이는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할랄 시장서 가능성 확인

최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할랄 식품 박람회 ‘말레이시아국제할랄쇼케이스(MIHAS)’는 방글라데시 제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프란-RFL 그룹은 이번 행사에서 150만 달러 규모의 신규 수출 계약을 따냈고, 전년보다 증가한 수치다. 다른 업체들도 현지 바이어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시장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관세 장벽과 규제 절차, 물류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잠재력이 현실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기획-ASEAN 트레이드] 방글라 수출, 말레이시아 관세 장벽에 막혀
방글라데시-말레이시아 무역 수지 (미화 수십억 달러)

FTA 협상 본격화

방글라데시 정부는 말레이시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모니카 부고등판무관은 “양국 간 FTA 협상을 위한 기본 합의가 마무리됐고, 2026년 중반부터 공식 라운드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무함마드 유누스 수석자문관의 말레이시아 방문을 계기로 FTA 추진이 정부 우선 과제로 격상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협정이 체결되면 방글라데시 제품의 관세가 대폭 인하되거나 철폐돼 시장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할랄 경제를 중심으로 한 아세안 지역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될 전망이다.

[기획-ASEAN 트레이드] 방글라 수출, 말레이시아 관세 장벽에 막혀
HMM

협력 확대와 새 국면

EPB의 베이비 라니 카르마카르 국장은 “최근 말레이시아 외부무역개발공사(MATRADE)와 체결한 양해각서(MoU)는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양 기관은 정보 교류, 전시회·무역사절단 참여, 공동 사업 발굴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카르마카르 국장은 “MATRADE와의 협력은 방글라데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 농가공, 제약, 할랄 식품 등 유망 산업에서 수출 기반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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