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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무역 FOCUS] 인니–EU,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체결…사실상 전면 무역자유화

이찬건 2025-09-26 12:46:22

노동집약 산업 500만 명 직접 수혜
전기차·스마트폰 등 신산업 진출 교두보
지속가능성·중소기업 역량 강화에 방점
EU–아세안 통합 모델로 성장 가능성
[기획-무역 FOCUS] 인니–EU,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체결…사실상 전면 무역자유화
HMM

인도네시아와 유럽연합(EU)이 9월 23일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IEU-CEPA)에 서명하며 양측 경제 협력의 새 장을 열었다. 이번 협정은 전체 수입가치의 99%를 차지하는 품목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서비스·투자 부문 협력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정 발효 시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소득은 28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팜오일·커피·섬유·의류·신발·가구 등 노동집약적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500만 명 노동자가 직접적인 혜택을 보게 된다.

에어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장관은 “복잡한 유럽 규제에 가로막혀온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얻게 됐다”며, 간소화된 통관 절차와 무역 촉진 조치가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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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IEU-CEPA에 따른 EU 수출 전망

고부가가치·신산업도 포괄…EV·스마트폰 시장 진출 기대

이번 협정은 전통적 농산품 수출을 넘어 스마트폰, 통신 장비 등 인도네시아의 첨단 제조업 수출길을 열었다. 특히 EU가 그린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니켈·코발트 등 광물이 풍부한 인도네시아 전기차 산업은 핵심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IEU-CEPA는 양측을 합쳐 7억 2,300만 인구, 21조 달러 이상의 경제 규모를 연결한다. 협정은 양측 의회의 비준을 거쳐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효 이후 5년 내 EU 수출을 2.5배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획-무역 FOCUS] 인니–EU,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체결…사실상 전면 무역자유화
IEU-CEPA의 혜택을 받는 노동 집약적 부문의 근로자

10년 협상 끝 성사…지속가능성·중소기업 역량 강화 반영

이번 합의는 2016년부터 시작된 10년 가까운 협상의 결실이다. 지난해 7월, 브뤼셀에서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하면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인도네시아는 EU의 높은 지속가능성 기준에 맞추기 위해 자국 인증체계를 강화해왔다. 팜오일 분야에서는 유럽에서 널리 쓰이는 RSPO(지속가능 팜오일 협의체)와 함께 ISPO(인도네시아 지속가능 팜오일 인증)를 병행 운영하고 있다. 임산물과 자동차 부문 역시 합법성·친환경성을 검증하는 SVLK 제도를 통해 기준을 충족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집행위원회 통상·경제안보 담당 부위원장은 “중소기업 역량 강화, 지속가능성, 공동 번영이 이번 협정의 핵심 가치”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기획-무역 FOCUS] 인니–EU,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체결…사실상 전면 무역자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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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계 “단순한 무역 넘어 미래 협력의 교두보”

인도네시아 기업인협회(APINDO) 역시 IEU-CEPA를 환영했다. 신타 W. 캄다니 회장은 “이번 협정은 단순한 무역을 넘어 기술 이전과 산업 협력의 다리를 놓는 일”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와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EU의 엄격한 산림파괴 방지 규정(EUDR) 등 높은 기준은 도전이지만, 협정에 포함된 역량 강화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응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2년간의 비준 절차와 표준 조율 과정이 협정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에는 글로벌 고표준 무역 체제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EU에는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와 동시에 안정적 원자재 확보라는 기회가 걸려 있다.

전문가들은 IEU-CEPA가 성공적으로 이행된다면 향후 EU–아세안 무역통합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내 핵심 제조·투자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캄다니 회장은 “이 협정은 일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정책 문서가 아닌 살아있는 도구로서 모두의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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