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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대 바이오에탄올 공장, 미·영 무역 협정 여파로 폐쇄

박문선 2025-08-21 11:43:37

- 정부 긴급 자금 지원 거부…일자리 손실·공급망 혼란 우려
영국 최대 바이오에탄올 공장, 미·영 무역 협정 여파로 폐쇄

영국 최대의 바이오에탄올 생산 공장이 결국 문을 닫는다. 미국과의 무역 협정으로 인해 미국산 저가 연료가 대거 유입되면서 경쟁력을 상실했고, 정부가 긴급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서 수개월간 이어진 협상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Vivergo Fuels, "무역 협정이 사업 불가능하게 만들어"

공장 운영사 Vivergo Fuels는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가 합리적인 규제 환경 하에서 수익성이 가능한 사업조차 지원하지 않겠다고 확인한 이후 헐(Hull) 공장을 더는 운영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Vivergo는 ABF(Associated British Foods) 소유의 바이오에탄올 사업부로, 영국의 청정 연료 생산을 선도해왔다. 그러나 회사 측은 영국-미국 무역 협정으로 미국산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19% 관세가 철폐되면서 영국 시장이 미국산 저가 연료에 잠식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고위 간부는 “스타머 행정부의 결정으로 영국은 청정 에너지 자급 역량을 상실하게 됐다”며 “이는 험버 지역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성장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월, 영국 정부는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대신 영국은 농업 분야의 시장 개방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와 곡물 기반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관세가 크게 완화됐다.

런던 증시에 상장된 ABF는 협상 직후 “Vivergo 공장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후 정부와 긴급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지원 불발로 폐쇄가 확정됐다.

정부 "납세자 돈, 비효율적 사용될 수 없어"

기업부는 긴급 대출이나 보조금 지급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납세자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직접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공장이 수익을 내지 못했고, 독립 컨설턴트의 보고서 역시 “공장 유지가 납세자 자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일자리 손실과 공급망 충격 불가피

폐쇄로 인해 공장 직원 160명 중 일부는 ABF 내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지만, 상당수는 해고될 가능성이 크다. Vivergo 측은 “이 공장에 의존하는 수천 명의 협력업체와 농가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바이오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축산업에서 소 사료로 널리 사용돼 왔다. 이번 폐쇄는 농업 공급망 전반에도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성명에서 “우리는 정부의 친환경 산업 전략에 맞춰 2년 내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외면했다”며 “청정 연료 분야의 일자리와 투자가 미국 및 다른 규제 환경이 유리한 국가로 유출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환경 단체와 업계 관계자들도 “영국의 청정 에너지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지역 사회 역시 일자리 손실과 경제 침체 가능성에 큰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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