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 측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라고 압박한 가운데, 인도 정부가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미국 에너지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지난 9일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거래 지속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으며, “러시아에 자금을 주입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원유 수입을 크게 줄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2022년 이후 러시아는 인도의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인도는 자국 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러시아산 저가 원유를 대거 수입해 정제한 뒤, 일부는 제3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 확대는 인도가 서방국가들과의 외교 균형을 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인도는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인도는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위해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 주요 산지에서의 수입 계약 갱신과 신규 장기계약 체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일(GAIL)과 인도석유공사(IOC)는 미 에너지 기업들과의 협의를 통해 수입 물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운송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항만 및 저장 인프라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현재 미국으로부터 연간 약 1,300만톤 규모의 LNG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수입량의 약 12%에 해당한다. 또한 원유의 경우 하루 평균 30만 배럴 이상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수치는 2017년 미·인 간 에너지 협력이 본격화된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측도 인도와의 에너지 협력 강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인도는 미국의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 중 하나”라며 “양국 간 에너지 교역 확대는 글로벌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양국 간 에너지 교역 확대는 단순한 상업적 거래를 넘어,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미국은 자국 내 셰일가스 생산 증가로 인해 수출 여력이 높아진 반면, 인도는 급증하는 내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안정적인 에너지 수입처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인 양국은 최근 들어 원유와 LNG 외에도 청정에너지, 재생에너지 기술 교류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압박은 미국 내 정치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미국 대선 재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로, 외교와 에너지 정책에서의 강경한 대외 메시지를 통해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특히 러시아와 관련된 이슈는 미국 내 정치적 민감 사안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트럼프의 대러 정책에 대한 입장 변화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에서도 인도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인도는 미국 외교안보 분야 고위 관계자들과도 연쇄 회동을 이어가며, 에너지 외교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인도 정부는 이미 2023년부터 미국산 원유에 대한 수입관세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위해 연간 수입 한도 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인도 석유부는 “글로벌 시장 변동성과 공급망 불안정성을 고려해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의 에너지 거래에 대해 인도는 명확한 중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그간의 입장을 유지하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은 경제적 현실에 기반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인도 외교부는 관련 질의에 대해 “에너지 안보는 국가 경제와 직결된 문제”라며 “다양한 공급처 확보를 위한 모든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분야는 미·인 관계의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인도의 정책 방향과 미국 내 정치적 역학이 맞물리면서 양국 간 에너지 협상이 한층 활발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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