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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A, 원유·제품 재고 증가 속 유가 하락…시장 불안정성 확대

박문선 2025-10-02 11:14:38

EIA, 원유·제품 재고 증가 속 유가 하락…시장 불안정성 확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수요일 발표한 주간 석유 재고 보고서에서 예상과 달리 원유 재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와 맞물려 석유시장의 불안정성이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EIA에 따르면 9월 26일로 끝난 주간 상업용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80만 배럴 늘어난 4억 1,65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주 60만 배럴 감소세에서 반전된 것이며, 여전히 최근 5년 평균 대비 4%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하루 전 미국석유협회(API)가 내놓은 민간 통계에서 원유 재고가 오히려 367만 4천 배럴 감소한 것으로 발표되었다는 점이다. 정부 공식 수치와 민간 집계가 엇갈리며 단기적 혼란을 키운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제시설 가동률 변동, 수출입 물동량 변화 등 단기 요인에 따라 EIA와 API 수치가 차이를 보이곤 한다”며 “다만 정부 통계가 시장 기준점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유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제품별로는 자동차용 휘발유 재고가 410만 배럴 증가했다. 직전 주 110만 배럴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최근 휘발유 생산량은 하루 930만 배럴로 줄었다. 이는 미국의 운송 수요가 계절적 요인으로 둔화된 가운데 정제업체들이 생산 조정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질유 재고 또한 60만 배럴 늘었으며, 생산량은 하루 500만 배럴로 소폭 감소했다. 증류유는 전주에 170만 배럴 줄어든 데 이어 현재 수준이 5년 평균보다 약 6% 낮다. 이는 난방 수요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공급 여력이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최근 4주간 미국 내 석유제품 공급량은 하루 평균 2,030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휘발유 수요는 하루 870만 배럴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증류유 공급은 하루 360만 배럴로 4.4% 줄었다.

분석가들은 “휘발유 소비는 경제 전반의 이동 수요와 직결되지만, 증류유는 산업·물류 활동과 관련성이 커 둔화세가 경기 모멘텀 약화를 시사한다”며 “최근 제조업 지표 부진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이미 유가는 약세를 보였다. 뉴욕 시간 오전 9시 59분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65.17달러로 전일 대비 0.86달러(-1.30%) 내렸으며, 지난주보다 약 3달러 낮았다. WTI 가격도 배럴당 0.84달러(-1.35%) 떨어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재고 증가는 단기 수급 불균형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며, 향후 원유 가격 흐름에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한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석유제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정체된 가운데 재고 증가가 겹치면서 매도세가 강화됐다”며 “향후 몇 주간 글로벌 경기 지표와 OPEC+의 감산 정책이 다시 가격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원유시장은 여전히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중국의 산업 생산 회복 지연, 그리고 지정학적 긴장이 모두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오는 10월 초 예정된 OPEC+ 회의에서 감산 연장 혹은 추가 조정 여부가 발표되면 시장 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겨울철 난방 수요 확대, 미국 내 정유시설 유지보수 시즌, 달러 강세 여부 등도 국제 유가의 변동성을 키울 요인으로 꼽힌다.

EIA의 이번 주간 재고 보고서는 단기 유가 하락을 촉발하며 시장에 불확실성을 던졌다. 전문가들은 “재고 통계 자체보다는 이를 둘러싼 글로벌 수급 환경과 정책 대응이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향후 몇 달간 유가의 방향성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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