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데본 에너지(Devon Energy Corporation)와 영국 센트리카(Centrica, British Gas 모회사)가 유럽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대규모 장기 LNG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2028년부터 10년간 매일 5만 MMBtu(연간 5회의 LNG 화물 규모)에 해당하는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내용으로, 가격은 유럽 가스 허브 가격(TTF)에 연동돼 결정된다.
유럽 가스 허브 연동…리스크 분산 효과 기대
계약에 따라 공급 물량은 네덜란드 TTF(Title Transfer Facility) 지수를 기준으로 가격이 조정된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극심한 가격 변동을 경험한 유럽 가스 시장에서 안정적 거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센트리카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계약은 단순한 LNG 공급을 넘어 시장 가격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구조”라며 “데본 에너지에는 국제 가격 노출 기회를 제공하고, 자사 포트폴리오에는 장기적 가격 안정성을 담보한다”고 밝혔다.
크리스 오셰이 센트리카 CEO는 “가스는 여전히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번 계약은 미국과 영국 간의 깊고 중요한 에너지 무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향후 유럽 내 LNG 공급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자회사 통한 물리적 처리 및 최적화
공급되는 LNG의 물리적 운송과 거래 최적화는 센트리카 에너지의 미국 자회사가 맡는다. 센트리카는 최근 뉴욕에 신규 사무소를 개설하며 미국 내 LNG 트레이딩 및 최적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계약 이행 과정에서 단순한 수입업자 역할을 넘어, 글로벌 가스 거래 허브로서 입지를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센트리카가 미국 현지 조직을 기반으로 물량을 직접 관리하게 되면 물류 효율성을 높이고, 국제 LNG 공급망에서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테라 이어 데본까지…미국과 연속 계약
이번 계약은 센트리카가 미국 에너지 생산업체와 맺은 두 번째 대규모 장기 계약이다. 지난해 말 센트리카는 코테라 에너지(Coterra Energy)와 유사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계약에 따라 코테라는 2028년부터 10년간 10만 MMBtu/d 규모의 천연가스를 공급한다.
연속적인 계약은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을 포함한 대서양 LNG 공급망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 확대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이번 계약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영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과 인프라 투자
이번 계약 발표는 전날 센트리카가 사모투자사 에너지 캐피털 파트너스(Energy Capital Partners LLP)와 손잡고 영국 최대 LNG 수입 터미널인 아일 오브 그레인(Isle of Grain)을 약 20억 달러(15억 파운드)에 인수하기로 한 소식과 맞물린다.
센트리카는 성명에서 “Grain LNG 터미널 지분 확보는 단순한 인프라 소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규제 기반의 안정적 현금 흐름과 매력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에너지 전환 시대에 필수적인 인프라 자산으로서 전략적 가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영국은 북해 석유·가스 생산량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LNG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인수와 장기 계약은 영국 정부의 에너지 안보 목표와 궤를 같이한다”고 해석했다.
유럽 가스 시장의 전략적 의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심각한 가스 공급난에 직면했다.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 이후, 노르웨이와 미국산 LNG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으며, 이번 데본-센트리카 계약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에너지 연구기관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OIES)는 보고서에서 “TTF 연동 계약은 유럽의 가격 투명성과 경쟁성을 유지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라며 “이번 계약은 단순한 공급 계약을 넘어 유럽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안정성을 강화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은 글로벌 LNG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LNG 수출업체들은 장기 계약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 수요처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국제 LNG 거래에서 미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럽 가스 수요가 계절적 요인과 경기 둔화로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장기 계약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안정성을 제공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유럽의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스는 전환기 동안 필수적 에너지원으로 남을 것”이라며 “이번 계약은 그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전환 속 전략적 장기 파트너십
데본 에너지와 센트리카의 이번 계약은 단순한 공급 계약을 넘어선다. 이는 미국과 영국 간의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유럽의 에너지 안보와 시장 안정성을 동시에 노린 조치로 평가된다.
향후 10년간 이어질 LNG 공급 계약은 유럽이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나 새로운 글로벌 에너지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데본 에너지-센트리카, 2028년부터 10년간 장기 LNG 공급 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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