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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석유 대기업, 국제 유가 약세와 제재 압박으로 상반기 실적 급락

박문선 2025-09-05 13:38:49

러시아 석유 대기업, 국제 유가 약세와 제재 압박으로 상반기 실적 급락

러시아의 주요 석유 대기업들이 2025년 상반기 실적에서 일제히 큰 폭의 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원유 가격 하락, 서방의 제재 강화, 그리고 고금리에 따른 루블화 강세가 수출업체들의 수익성을 압박한 결과다.

OPEC+의 감산 완화로 공급 과잉이 심화되면서 유가는 약세를 보였고, 이는 러시아 에너지 산업 전반의 재무 실적에 직결됐다. 모스크바의 정책적 방어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부문이 세계 시장의 역풍 앞에 취약함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스네프트, 상반기 이익 68% 급락

러시아 최대 석유 생산업체 로스네프트(Rosneft)는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고르 세친 최고경영자(CEO)는 “OPEC+ 감산 해제로 인해 글로벌 원유 공급이 크게 늘어났고, 그 결과 올해 4분기에는 하루 260만 배럴의 공급 초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유가 약세가 2026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친은 또 러시아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이 루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수출업체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국가 재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루코일·가즈프롬 네프트도 동반 부진

러시아 2위 석유 기업 루코일(Lukoil)은 상반기 순이익이 51% 감소한 것으로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다만 세부 재무 수치는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되지 않았다.

국영 가스 대기업 가즈프롬의 석유 계열사 가즈프롬 네프트(Gazprom Neft) 역시 상반기 순이익이 54% 줄었다. 회사 측은 세금 인상과 루블화 환율 불안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상류·하류 사업 전반에서 수익성이 동시에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노바텍, 운영비 부담 속 LNG 부문 선방

러시아 최대 민간 가스 생산업체 노바텍(Novatek)도 이익 감소를 기록했지만, 이는 제재 영향보다는 운영비 증가 때문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LNG 수요 전망이 여전히 밝아, 석유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생산 감축 대신 유지·확대

이익 급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석유 기업들은 보고 기간 동안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다. 일부 기업은 오히려 생산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원유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국제 유가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기업의 수익성만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러시아산 우랄스(Urals) 원유는 평균 배럴당 58달러에 거래되며, 2024년 하반기 대비 13% 하락했다. 다만 대부분의 기간 동안 60달러 이상을 유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제 시장 반응, 제재 효과에 회의적

프랑스와 독일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에 2차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시장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제재 뉴스는 유가 반등 요인이 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하락세가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제재가 실제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미국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증가를 문제 삼아 이달 중 모든 인도산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BNP 파리바와 ING 등 주요 금융기관은 인도의 정유 수요 구조상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공급 과잉이 최대 변수

전문가들은 원유 시장이 제재 뉴스에는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으며, 공급 과잉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국제 유가의 장기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러시아 석유 기업들의 수익성 회복에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2026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약세장 시나리오 속에서 러시아 에너지 산업은 감산 여부, 아시아 시장 수출 확대, 환율 안정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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