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채널

중국, 브라질 에너지·석유에 수십억 달러 투자…'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 병행 전략'

박문선 2025-09-08 16:36:36

중국, 브라질 에너지·석유에 수십억 달러 투자…'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 병행 전략'

중국이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의 에너지 및 자원 부문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브라질-중국 비즈니스 협의회(CEBC)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대(對)브라질 투자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 총 41억8천만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39개 신규 프로젝트에 걸쳐 집행됐다. 이로써 브라질은 중국 투자의 최대 신흥 시장으로 부상했다.

재생에너지와 석유에 집중된 투자 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투자 중 가장 큰 비중은 전력 부문(34%)이었다.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전력 프로젝트에만 14억3천만 달러가 투입됐다. 이어 석유 산업이 25%를 차지해 약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툴리오 카리엘로 CEBC 연구 책임자는 “중국의 투자는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는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라며 “중국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물·광업 투자도 확대

중국 기업들은 단순히 발전소와 석유 생산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 광물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비철금속광업그룹(CNMC)은 2024년 말 브라질 최대 정련 주석 생산업체인 미네라상 타보카(Mineração Taboca)를 3억4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주석은 태양광 패널, 배터리 등 청정에너지 기술에 필수적인 금속이다. 타보카는 또한 니오븀과 탄탈륨을 함유한 합금도 생산하는데, 이는 전자·항공우주·에너지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소재다.

2007년 이후 누적 775억 달러…석유와 전력 중심

2007년 이후 중국 기업들은 브라질에서 303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총 775억 달러를 투자했다. 전체 투자 중 전력 부문이 45%를 차지했고, 석유 산업은 29%, 제조업은 8%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석유 대기업들은 브라질의 염분전(pre-salt) 해상 유전지대에 대거 지분을 확보했다. 이 지역은 최근 몇 년간 브라질 석유 생산 증가의 거의 전부를 담당하는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룰라 정부의 전략적 협력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더욱 강화해왔다. CEBC 보고서는 “룰라 정부 하에서 양국의 협력은 에너지와 자원 분야를 중심으로 폭넓게 확대됐다”며 “브라질은 중국 투자 유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신흥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모두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풍력 설비에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며, 브라질은 수력 발전과 함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90%에 달해 세계적으로 선두권에 속한다.

두 나라는 화석연료 투자를 여전히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매년 수십 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석탄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국영 에너지 기업들에게 국내 석유·가스 탐사 확대를 지시했다. 브라질 역시 석유 생산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브라질은 오는 11월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주관할 예정이지만, 동시에 석유 생산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COP30 의장 후보인 안드레 코레아 두 라고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순배출 제로 전략은 앞으로 몇 년간 석유 사용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브라질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브라스는 최근 아마존 분지 인근 해상 지역에서 석유 시추 허가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 지역은 생태학적으로 민감한 구역으로 환경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정부와 기업은 인근 가이아나·수리남 등에서 발견된 대규모 유전 사례를 들어 개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브라질 투자가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에너지 전환 공급망 장악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청정에너지 기술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도, 동시에 화석연료 지분을 통해 중장기적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려는 이중 전략이다.

양국은 모두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석유와 가스의 전략적 중요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신흥국형 에너지 전략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평가된다.

Copyright ⓒ 국제통상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