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터키 간 교역 규모가 최근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양국은 무역 다변화와 제도적 협력, 인프라 확충을 통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비석유 교역 증가와 자유무역지대 설립 논의, 교통 및 물류 협력, 농업 교류 강화 등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양국 관계는 단순한 교역을 넘어 경제·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란 관세청(IRICA)의 최신 발표에 따르면, 최근 4개월 동안 터키에 대한 이란의 비석유 수출액은 16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이 기간 터키가 이란의 네 번째 비석유 수출 대상국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반대로 같은 기간 터키는 이란에 25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하며 이란의 세 번째 비석유 수입국으로 집계됐다. 비석유 분야에서 양국 간 교역 규모가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석유 의존도가 큰 이란 무역 구조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나타낸다.
그러나 전체 교역 규모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 통계청(TURKSTAT)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이란-터키 교역액은 30억 9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32억 3천만 달러) 대비 약 4% 감소했다.
이 기간 이란의 대터키 수출은 13억 8천만 달러, 터키로부터의 수입은 17억 1천만 달러로 집계되었으며, 특히 터키발 수입이 전년 대비 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단기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여전히 서로를 전략적 교역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IRICA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이란력 연도(2025년 3월 20일 종료) 기준 이란의 대터키 비석유 수출액은 68억 달러에 달했으며, 터키는 이란의 4번째 수출국이었다. 같은 해 터키의 대이란 수출액은 124억 달러로, 이란의 세 번째 수입국으로 자리했다. 이는 양국 간 상호 의존적 교역 관계가 여전히 공고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무역 구조를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양국은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이란 자유무역 및 특별경제구역 고위위원회 사무총장 레자 마스루르는 터키와 공동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5년 이상 해결되지 못했던 자유무역지대 내 프로젝트들을 정리하기 위해 특별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으며, 투자 인센티브 제도의 개편과 신속한 승인 절차 마련을 통해 투자 매력을 높일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오는 7월에는 이란 자유무역지대 중 한 곳에서 양국 자유무역지대 관계자와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공동 포럼을 열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운송과 물류 협력도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이란-터키 합동교통위원회 화상 회의에서 양국은 국경 검문소를 기존 3곳에서 5곳으로 확대하고, 철도 연결 강화 및 항공편 증편, 항만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이란 교통도시개발부는 지난해 약 600만 명의 승객과 33만 대의 트럭이 양국 국경을 오갔다는 점을 강조하며, 교역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터키 측 역시 체슈메 소라야 국경 검문소에서의 철도 연결 완료를 강조하며, 현대적 운송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농업 분야 협력도 빠질 수 없는 의제다. 올해 1월 골람레자 누리 케젤제흐 이란 농무부 장관과 사마드 하산자데 이란 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이끄는 대규모 대표단이 터키를 방문해 농업 비즈니스 포럼을 열었다.
이 행사에는 180여 개 이란 농산물 수출업체와 생산업체가 참가했으며, 양측은 농업과 식품 산업 분야의 무역 장벽 해소, 식품 포장 기술 현대화, 수출 터미널 허가 간소화, 관세 문제 해결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란 측은 민간 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며, 안정적인 정책 환경 조성이 수출 확대와 신뢰 구축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무역 전반의 흐름을 보면, 이란과 터키는 단순한 교역량 증대에 머무르지 않고 교역 구조를 다변화하며 협력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란 주재 터키 대사관에 따르면 2024년 양국 교역 규모는 118억 달러였으며, 2025년 2월 기준으로 이미 175억 달러를 돌파했다. 연말까지는 1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일부 감소세가 있더라도 장기적인 교역 규모는 꾸준히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란과 터키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으며, 중동과 유럽,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교역 허브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란 교통부 차관 사이드 라술리는 카스피해 남부 회랑에서 이란과 터키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장관급 회담에서도 환승 및 통과 운송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이란과 터키 간 경제 협력은 단순한 수치상의 증감보다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협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비석유 교역 확대, 공동 자유무역지대 설립, 운송 인프라 개선, 농업 협력 강화 등 다각적인 협력이 진행되면서, 양국은 상호 경제적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두 나라가 지정학적·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협력의 폭을 넓히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며, 향후 중동과 유라시아 교역 질서에서 양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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