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쌀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급 과잉과 사상 최대의 생산량이 시장을 압도하면서다. 그러나 태국의 수출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며 글로벌 흐름과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사상 최대 생산량, 세계 시장 압박
미국 농무부(USDA)가 발표한 최근 ‘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5/26년도 전 세계 쌀 생산량은 5억 4,11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상 최고치이자, 세계 쌀 공급량을 7억 2,950만 톤으로 끌어올리는 기록적인 수치다. 세계 공급은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국제 시장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과잉 공급 속에서 주요 수출국들의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9월 9일 기준, 미국산 쌀의 중남미 시장 수출가는 톤당 45달러 떨어졌고, 베트남산 쌀 가격도 필리핀이 60일 수입 금지를 시행하면서 18달러 하락했다. 전통적으로 수출 경쟁이 치열한 아시아 시장에서 가격 조정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태국, 수출가 오히려 상승
그러나 태국은 예외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태국산 100% 등급 B 쌀 가격은 톤당 372달러로 상승했고, 태국쌀수출협회는 모든 태국산 쌀 수출 가격(FOB)이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특산종인 ‘홈말리(Hom Mali)’ 향미는 1톤당 1,148달러로, 불과 2주 전 1,109달러에서 큰 폭 상승했다. 백미와 파보일드 쌀 가격 역시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며 수출가 전반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 상승의 핵심 요인은 환율이다. 태국 바트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8월 20일 1달러당 32.7바트였던 환율은 9월 17일 31.8바트까지 상승했다. 바트화 강세는 달러 표시 수출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쏟아질 신작기 벼, 관리 과제 부상
하지만 수출 호조와 달리 농가 상황은 녹록지 않다. 태국 농업협동조합부에 따르면, 농민들이 산지에서 판매하는 벼 가격은 최근 들어 오히려 하락세다. 9월 8~14일 기준, 주산지에서 거래된 자스민 벼 평균 가격은 톤당 1만 4,817바트로 전주(1만 4,825바트)보다 소폭 하락했다.
농업경제청(OAE)은 이런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오는 11월부터 2025/26년도 주작기 벼 1,737만 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돼, 쌀 수급 관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수출 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이면에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중 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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